[이슈 크래커] 기아, 평균 연봉 1억…현대차ㆍ모비스 추월한 이유 있었네

입력 2022-03-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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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직원 평균연봉 1억100만 원
현대차증권 이어 그룹 내 두 번째
평균 연봉 9600만 원 현대차 추월
현대차, 잇따른 가동중단에 급여↓
근속기간ㆍ단협 등 세부조건 차이

▲기아의 평균 연봉이 현대차그룹 비금융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1억 원을 돌파했다. 약 4000명이 근무 중인 현대차 아산공장은 반도체 대란과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조절, 전기차 생산을 위한 설비공사 탓에 지난해 약 2개월 동안 생산을 중단했다. 이 여파 역시 전체 평균치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의 평균 연봉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를 앞지르며 처음으로 1억 원을 넘어섰다.

'고액 연봉자'가 몰려있는 현대차증권(평균 1억3200만 원) 등을 제외하면 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 중 최고치다.

현대차와 기아의 연봉 역전은 평균 근속 기간과 단협 세부사항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현대차 주요 공장의 가동중단이 약 2개월에 달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23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현대차그룹 등을 상대로 한 취재를 종합해보면 지난해 기아의 평균 연봉(직원 기준)은 사상 처음으로 1억 원을 돌파, 1억100만 원을 기록했다.

직원의 평균 연봉은 급여 총액을 근로자(계약직 포함) 수로 나눈 단순 평균치다. 실제 연봉과 소폭 차이는 존재한다. 다만 같은 조건의 다른 계열사와 상대적인 평가는 가능하다.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모습. 그랜저와 쏘나타 등 주요 차종을 생산하는, 연산 30만 대 규모의 핵심 공장이다. 1997년 이후 들어선 글로벌 현대차ㆍ기아 주요 공장의 모태이기도 하다. 올 하반기 이곳에서 두 번째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6'가 생산된다. (사진제공=현대차)

◇기아, 완성차 업계 최초로 평균 연봉 1억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가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직원 연봉은 △기아(1억100만 원)에 이어 △현대모비스(9800만 원) △현대차(9600만 원) △현대제철(9500만 원) △현대위아(9400만 원) △현대로템(9100만 원) 순이다.

금융계열사의 경우 △현대차증권(1억3200만 원)이 올해도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이밖에 △현대카드(2020년 기준 9400만 원) △현대캐피탈(2020년 기준 9300만 원) 등이 1억 원에 육박했다.

무엇보다 현대차의 평균 연봉이 기아는 물론 현대모비스에도 뒤처졌다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3사의 평균 연봉을 따졌을 때 현대차는 언제나 선두였다. 기아가 임단협과 단협을 반복할 때마다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을 요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10년 전인 2012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현대차 평균연봉은 9400만 원 △기아 9100만 원 △현대모비스 8500만 원 순이었다. 비슷한 수준이지만 차이는 분명 존재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3월) 이후 상황은 역전했다. 2020년 현대차 평균 연봉이 8800만 원으로 감소한 사이, 기아는 연간 9100만 원을 기록하며 현대차를 앞질렀다.

지난해에는 격차가 더 커졌다. 무엇보다 '평균 연봉 1억 원'이라는 상징적 수치를 기아가 먼저 넘어섰다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가 직원 1인당 9600만 원의 연간 급여를 지급하는 사이, 기아는 1억100만 원을 지급했다. 직원 한 명당 연간 급여 차이도 500만 원으로 벌어졌다.

▲현대차 아산공장과 전주공장이 총 9차례 생산중단을 결정하는 사이 기아는 쉼없이 공장을 돌렸다. 사진은 4세대 카니발 생산 품질을 점검 중인 송호성 사장의 모습. (사진제공=기아)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중단 기간만 2개월

배경에는 2021년부터 시작한 현대차의 △생산전략 △반도체 수급 대란 △단협 조건 △평균 근속기간 등이 존재한다.

지난해 현대차는 총 9차례 국내 주요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반도체 대란에 따른 부품 부족(아산 및 전주공장)과 시장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조절ㆍ공장설비 교체(아산공장) 등을 위해서다.

특히 아산공장의 경우 지난해 7월 설비 교체를 위해 약 4주 동안 가동을 중단했다. 올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두 번째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6' 생산을 위해서다. 이 밖에 반도체 공급 부족과 재고량 조절 등을 위해 총 7차례 가동을 중단했다.

아산공장은 현대차 그랜저와 쏘나타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주요 공장의 모태가 된 상징적 공장이다. 지난해 이 공장의 가동 중단 기간만 약 2개월에 달했다. 올해에도 지난 1월 한 달 동안 설비공사를 위해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회사 측의 사정에 따라 생산이 중단될 경우 직원은 기본급을 포함한 일부 유급휴가를 받는다. 다만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전체 급여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결국, 약 4000명이 근무하는 현대차의 핵심공장이 지난해 약 2개월 동안 가동을 중단하면서 평균 연봉의 발목을 잡았다. 기아(1억100만 원)는 물론 현대모비스 평균 연봉(9800만 원)에도 못 미친 게 이 때문이다.

최근 10년 사이, 현대차의 평균 연봉이 현대모비스에도 뒤처진 것은 지난해가 유일하다.

▲지난해 현대차 주요 공장의 생산중단은 총 9차례였다. 아산공장 가동 중단 기간은 약 2개월에 달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생산중단 공시'는 한 차례도 없었다. (자료=현대차)

◇기아 근속연수 3.4년 길고 단협도 유리해

이와 달리 기아는 지난해 정상 조업일수 이외에 생산중단 사례가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3월) 초기 중국산 부품 부족으로 일부 공장이 생산 중단을 결정한 게 전부였다.

나아가 평균 근속연수가 현대차보다 약 3.4년 길다는 평균 연봉 추월의 배경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서로 다른 단협 사항도 이번 연봉 추월의 배경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각 사의 단협과 임단협 요건에 따라 계열사별로 급여 차이가 난다”라며 “예컨대 우리사주를 지급한 계열사는 이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는 시점까지 이 항목을 ‘지급 급여’로 산정하지 않는다. 이 밖에 여러 조건이 다르므로 ‘어느 회사의 연봉이 더 높다’라고 단정하기는 무리가 따른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액 100대 비금융업 상장사 가운데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기업은 2년 새 2배 넘게 증가한 총 21곳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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