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몸에서 풀려난 대구 사저로 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한 남성이 소주병을 투척했다.
박 전 대통령은 24일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사저에 도착해 꽃다발을 들고 환영하는 아이와 포옹을 나눴다. 이후 마이크 앞에 서서 “존경하는 달성 구민 여러분, 그리고 대구 시민 여러분. 박근혜입니다. 오랜만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립니다”라고 했다.
이어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 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한 남성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투척했다. 경호원들은 곧장 박 전 대통령을 겹겹이 에워쌌다.
소주병은 박 전 대통령과 2m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으나 박 전 대통령은 무사했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호원으로부터 “신병 확보됐습니다”라는 보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다시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괜찮으시냐’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은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차분하게 인사말을 이어간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라며 “사면이 결정된 후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 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24년 전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입니다.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했습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8분간의 인사를 끝낸 뒤 사저로 들어갔다.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문오 달성군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이 함께했다.
징역 22년을 확정받고 수감 생활을 해온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지난해 12월 31일 0시를 기해 석방됐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지병 치료를 받아왔는데, 최근 건강상태가 호전돼 통원치료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이날 퇴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