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신축 가격도 손바뀜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및 대출 규제 완화 공약 기대감으로 서울 곳곳에서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재건축 기대감이 큰 강남과 여의도 일대 구축뿐 아니라 지역 내 신축·고가 단지도 매매가 이뤄지는 등 전반적인 매수심리가 살아나는 모양새다.
서울 강남구와 영등포구 여의도 등 재건축을 앞둔 핵심 단지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아파트 전용면적 139㎡형은 21일 종전 최고가보다 2억 원 오른 42억5000만 원에 팔렸다. 이 단지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 중 대장주로 꼽힌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바로 앞에 있으며 한강공원과 맞닿아 있어 직접 한강조망이 가능하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서울아파트는 일반상업지역으로 분류돼 최고 용적률 800%까지 적용할 수 있다”며 “재건축 이후 70층 이상 지어져 사업성도 좋고 다양한 상업시설도 들어올 수 있어 일대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는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아파트 전용 158㎡형이 51억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이곳은 1982년 지은 곳으로 강남 내 재건축 기대감이 큰 단지 중 하나다. 2019년 10월 34억5000만 원에 팔린 이후 2020년과 지난해 거래가 아예 없었다. 하지만 19일 단숨에 16억5000만 원 치솟은 가격에 손바뀜됐다.
지난 4일 서초구에선 올해 재건축 연한(30년)을 채운 서초구 잠원동 한신아파트 전용 84㎡형이 종전 최고가보다 2000만 원 오른 26억 원에 손바뀜됐다. 현재 이 단지 최고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기 위해 부르는 가격)는 28억 원 선에 형성됐다.
서울 외곽지역인 노원구에서도 재건축 단지 신고가 거래가 나왔다. 1988년 지어진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7단지 전용 59㎡형은 22일 9500만 원 오른 8억6500만 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아파트 해당 면적은 2020년 12월 7억7000만 원에 손바뀜된 이후 거래가 없었다.
서울 내 주요 재건축 단지의 신고가 거래 사례가 속출하는 동시에 강남지역에선 고가아파트 거래도 활발해졌다. 지난 7일에는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 전용 69㎡형이 종전 거래가보다 2억4500만 원 오른 24억9500만 원에 팔렸다. 같은 날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형은 76억 원에 거래됐다. 두 달 만에 1억5000만 원 오른 금액이다.
이렇듯 윤 당선인의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이행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매수심리가 반등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25일 발표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8로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선으로 이보다 낮으면 집을 매도하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된 대출규제와 대선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지난해 말 기준선 이하로 내려간 뒤 지난달까지 86.8로 수직 낙하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준공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와 부동산 대출 규제 조정을 추진하기로 하자 시장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방안 등은 법 개정이 아닌 국토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즉각 적용할 수 있어 새 정부 출범 이후 시행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윤 당선인 측에선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이행 시기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흘러나오고 있어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아예 없애면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면제가 아닌 정밀안전진단 등급 산정 시 노후도 비중을 높이는 공약부터 시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