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업무보고 거부한 인수위, 국정과제 선정 차질 우려

입력 2022-03-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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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를 두고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엇박자가 향후 관계부처 인수인계 과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아직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유예했기 때문이다. 인수위원들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 업무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서로 냉각기를 갖고 숙려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갈등은 박 장관이 윤 당선인의 사법 개혁 공약 중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에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에서 시작됐다. 그는 이외에도 ‘검찰 예산권 보장’, ‘검찰 직접수사 확대’ 등 윤 당선인의 주요 사법 공약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박 장관은 23일 약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직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또한 “직제는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새 정부가 바꿀 수 있으니 어쩌겠나”라면서도 “수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반드시 검찰에 좋은 것이냐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수위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의 조직‧기능과 예산현황을 파악하고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명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각 관계행정기관들도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통해 업무파악을 도와야 한다.

현재 법무부의 주요 현안과 추진과제, 성과 등을 보고 받아야 향후 유지해 나가야 할 정책들을 선별할 수 있고 국정과제를 선정할 수 있다.

인수위원들은 일정을 조정해 29일 전에 법무부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주 박 장관과 윤 당선인의 기류에 따라 인수위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법무부 내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는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반대 외에 다른 법무부 정책에 대해서는 문제 삼는 것도 없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종합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 최대한 다 보고해야 하는데 그거 하나 마음에 안 든다며 업무보고를 안 받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인수위원회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하면 법무부 업무 인수인계와 향후 국정과제 선정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의 법무부 관계자는 “인수위에는 간사 한 명과 위원 두 명, 그리고 교수 출신인 전문위원들이 5~6명이 있는데 법무부 소속이 아닌 이들이 법무부 내부에서 논의되는 업무추진 여건과 핵심 추진과제를 어떻게 알겠는가”라며 “결국 인수위는 법무부가 추진하던 업무를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자신들이 관심을 가진 것들을 중심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합과 협치로 국민을 어우르기보다 정치적인 판단으로 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에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홍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윤 당선인은 공식적으로 통합을 표방하지만 확실한 ‘내 편’만 가지고 임기를 시작하자는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정부를 인수해서 운영해 나가려는 입장이라면 반대쪽도 끌어와 설득해 나가야 하는데 여유로워 보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광수 변호사(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는 “(박 장관과 윤 당선인이 갈등은) 헤게모니 다툼으로 생각된다”며 “양쪽 모두 국민에 대한 예의와 염치를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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