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 등으로 중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ㆍ홍콩 증시마저 흔들리는 가운데 ‘중학개미(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제 부양 노력에도 글로벌 투자은행 등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인 연간 경제성장률 ‘5.5% 안팎’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연간 성장률 예상치를 5.3%에서 5.1%로 하향 조정했고,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 확산세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연간 전망치 4.3%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의 외국인 자본 유입이 둔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 간 연간 성장률 격차가 30년 만의 최저치인 2.4%포인트를 기록했고, 미국의 긴축과 중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사이 차별화가 커지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3월 이후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28일 하나금융투자는 연초 이후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300억 위안(약 5조8000억 원)가량 팔아치우며 순유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본토와 홍콩 모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규 자금 유입 정체기에 외국인 유출이 겹치며 충격이 극대화됐다”며 “중국 본토는 이례적으로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동반 이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중국ㆍ홍콩 증시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상해종합지수는 이달 들어 -7.22%, 홍콩 항셍지수는 -5.76% 하락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지난 15일 6123.94까지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 투자자 중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중학개미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ㆍ홍콩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상장지수펀드(ETF)’다. 1억6105만 달러(약 1975억 원)가 넘는 순매수액을 기록했지만, -9.23%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밖에 중국ㆍ홍콩 증시 순매수 상위 종목 가운데 메이퇀(-21.60%), 텐센트(-15.38%), 간펑리튬(-15.23%) 순으로 낙폭이 컸다. 반면 알리바바(3.07%), 인화 머니마켓 펀드 ETF(0.15%) 등 손실을 피한 종목들도 있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관련 ETF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홍콩H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KODEX 차이나H레버리지(합성)는 이달 들어 -20.51% 떨어졌다.
같은 기간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합성)와 KINDEX 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합성)는 각각 -15.76%, -15.52% 빠졌다. 두 종목 모두 중국의 CSI300지수를 2배로 추종한다.
이밖에 항셍테크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TF와 중국판 나스닥 ‘과창판(커촹반)’의 상위 50개 종목에 투자하는 ETF도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 증시가 여전히 주요국 증시 대비 저평가돼 있어 외국인 유입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중국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미국의 3분의 2에 불과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며 “작년 중국 주가 상승 폭이 주요국 대비 낮아 반등 여력이 큰 가운데, 정부도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두면서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A주(중국 본토 주식)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 비율도 장기적으로 100%까지 확대될 계획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추가 유입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