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은 자동차매매업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범죄 행위다”
대기업의 중고차시장에 대한 중고차 업계의 투쟁이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한 중고차 매매업 단체는 최근 서울 통인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 모여 중고차 시장을 개방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자신들에게 사실상 사형 선고를 내린 것과 같다고 강하게 반발한다.
지난 17일 정부가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대기업에 중고차 시장을 개방하기 전 한 중고차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쉽게 진입하긴 어려울 겁니다"라고 자신했다. 이를 보면 업계에선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할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던 모양이다. 단체는 앞으로 집회를 비롯해 중고차 경매 불참과 자동차 관리 사업자 등록증 반납 등을 고려 중이다. 또다른 단체인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도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현 정부는 중고차 시장 개방을 결정하기까지 무려 3년을 뜸을 들여 대기업과 중고차업계의 불만을 키워놨다. '중고차 시장 개방=정치적 문제'가 됐다는 비난도 마땅하다. 그렇다고 중고차 시장에서 피해를 입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것도 아니다. 사실상 그냥 방치했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도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허위매물 및 사고차 판매, 협박을 동반한 강매, 성능 조작 등 소비자들의 불만을 팽배하게 한 건 바로 중고차업계다. 경기도가 지난 2020년 허위매물로 의심되는 온라인 중고차 판매 사이트 30여 곳의 판매상품을 조사해보니 무려 95%가 가짜 매물이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4월 설문조사에선 중고차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고객 2200여 명 중 31%가 사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으로 꼽힌다.
현재 정부는 대기업 진출로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 대한 보호책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을 모아 자율조정 협의회를 진행 중이다. 폐쇄적이었던 시장의 문을 연 만큼 뜨뜻미지근한 대응이 아닌 적극적인 보호책으로 문제를 봉합해야 할 때다. 중고차 업계 역시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업계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만 비판하기보다 악덕 딜러들이 암약하지 않게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중고차 시장 선진화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업계의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업계 자체가 명징해야 그 호소도 설득력이 있다. 정부의 촘촘한 정책과 기존 업계의 노력, 대기업들의 상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