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인사이드] 현대차그룹 대표임원 연봉…이제야 10억 원 진입

입력 2022-04-01 06:00수정 2022-04-0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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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내 CEO 연봉왕은 송호성 기아 사장
작년 상여 포함 총 12억9400만 원 수령
10곳 가운데 7곳 대표임원 연봉 10억↑
재계 주요기업보다 임원연봉은 낮은 편
비주류 계열사 CEO 연봉이 현대차 앞서

현대차그룹의 임원 연봉은 상대적으로 박하다. 재계 다른 기업은 물론, 글로벌 시장의 영향력을 따져도 그렇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전자는 예외로 치자. LG나 SK,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와 비교해도 많이 모자란다.

이미 삼성과 LG, SK그룹에서 연봉 100억 원(상여 포함)을 웃도는 임원이 속속 나오고 있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이제서야 대표이사의 연봉이 10억 원을 넘기 시작했다. 잘 나가는 삼성전자 연구원의 연봉이 현대차 사장님보다 많다는 뜻이다.

◇2000년대 들어 전문경영인 역할론 확대

재계 임원의 고액 연봉시대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했다. 시작은 역시 삼성전자다.

2003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른바 ‘천재론’을 설파하며 우수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성과가 있는 곳에 뚜렷한 보상 체계를 적용했다. 책임경영이다.

그렇게 연봉만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CEO가 등장했다. 이제 SK그룹에서도 연봉 100억 원이 넘는 임원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에게는 먼나라 이야기다.

물론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 10억 원은 절대 적지 액수가 아니다. 재계 다른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박하다는 뜻이다.

▲3월 30일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임원의 연봉 현황. 기아를 제외하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임원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다른 계열사 대표임원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래픽=이투데이 )

◇정통 현대맨 출신들 이제 막 10억 연봉 합류

사정은 이렇지만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본지가 지난달 30일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표임원 연봉(상여 포함)을 비교한 결과 유의미한 변화가 시작됐다.

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 9곳과 현대차증권을 포함한 총 10곳 계열사를 살펴본 결과 7곳의 대표임원 연봉이 10억 원을 넘어섰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에서 연봉 10억 원은 일부 외국계 영입 임원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 토종 '현대차그룹 맨'도 하나둘 계열사 CEO로 승진하며 연봉 10억 원 반열에 오르고 있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가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임원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그의 연봉은 상여를 포함 13억 원에 육박한다.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에 나선 송 사장의 모습. (사진제공=기아)

◇계열사 7곳 대표임원 연봉 10억 원 넘어서

지난해 현대차그룹(오너가ㆍ퇴직급여자 제외)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주인공은 송호성 기아 사장이다. 지난해 상여를 포함 총 12억9400만 원을 받아 현대차그룹 CEO 연봉왕에 올랐다.

2위는 이용우 이노션 사장이다. 1위 송 사장과 유사한 12억7600만 원을 받으며 뒤를 이었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도 11억9400만 원을 받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11억5900만 원)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11억1900만 원) △정재욱 현대위아 대표이사(11억1000만 원) △유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10억8000만 원) 등이 연봉 10억 원 CEO 반열에 올랐다.

뒤이어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9억9200만 원)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9억7700만 원) 순이었다.

◇현대차ㆍ모비스 CEO 연봉, 계열사보다 낮은 이유 있었네

대표임원의 연봉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계열사 특성보다 대표임원의 경력과 성과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3사 CEO 가운데 송호성 기아 사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2곳 대표임원의 연봉은 10억 원에 못 미친다.

▲이용우 이노션 대표이사(사장)의 연봉은 현대차ㆍ현대모비스 CEO 수준을 넘어선다. 이미 현대차에서 일련의 성과를 일궈낸 이후 계열사 CEO로 자리를 옮긴 만큼, 오히려 그룹에서의 업력은 더 긴 편이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실적이 모자라거나 대표임원의 영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동안 그룹에서 쌓아 올린 성과와 업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룹 내 CEO 가운데 연봉 서열 두 번째인 이용우 이노션 대표이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현대차에서 잔뼈가 굵은, 오롯한 자동차맨이다. 현대차 중남미법인과 아중동ㆍ북미권역본부장을 거쳤던 그는 제네시스의 브랜드 출범 초기 '부사장'을 맡아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주도했다. 일련의 성과를 마무리하고 2020년부터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이노션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에서 성과를 일궈낸 대표임원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직급 승진과 동시에 제철과 건설, 부품 계열사 등으로 자리를 옮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를 비롯한 핵심 3사 CEO는 대부분 내부 인재를 발탁한다. 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대표이사들이 이들보다 선배인 만큼, 연봉과 상여 측면에서 자연스레 유리하다. 그래서 현대차 대표임원보다 계열사 대표임원의 연봉이 더 높은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장님보다 연봉 많은 부장님도 등장

성과에 따른 보상이 뚜렷한 계열사도 존재한다. 이 경우 직원의 연봉이 대표이사를 추월하기도 한다.

지난해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는 1억9000만 원의 상여금을 포함, 총 9억6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반면 이 회사의 L모 책임매니저는 6300만 원의 연봉과 함께 상여금 9억8200만 원을 받았다. 이를 포함해 총 10억4800만 원의 보수를 수령, 대표이사(9억6000만 원)보다 약 9000만 원을 더 받았다.

경력직으로 현대차증권에 합류한 L모 책임은 채권 영업과 중개를 담당한다. 경력직 입사 이후 6년 동안 뚜렷한 성과를 일궈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를 추월한 연봉에는 적절한 보상이 포함된 셈이다.

이처럼 금융투자업계는 성과와 보상체계가 여느 업종보다 뚜렷하다. 덕분에 대표이사 연봉을 추월하는 직원들이 속속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현대차그룹 임원연봉 수준, 대기업 평균치 미달

이처럼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임원의 연봉이 10억 원을 넘어서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여전히 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달 2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매출 기준 국내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2021년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의 CEO 연봉을 분석해 공개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233개 기업별 최고 연봉자의 평균치를 산정해보니 18억8670만 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 대표임원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송호성 기아 사장(12억9400만 원)의 수령액이 이들의 평균치(18억8670만 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셈이다.

참고로 삼성전자 3인 대표이사 가운데 고동진 사장이 총 118억3600만 원을 수령했다. 이어 김현석ㆍ김기남 사장이 각각 103억3400만 원과 86억4400만 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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