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료 지원 규제 무의미해져" 지적
올해 들어 법인보험대리점(GA)을 대상으로 한 보험사들의 지분투자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라는 게 보험사들의 공통적인 답변이지만, 자금 상황이 좋지 못한 GA에도 아낌없는 투자에 나서고 있어 의문점이 남는다. 일각에선 임차료 지원 규제를 지분투자로 우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과 한화생명보험은 최근 리치앤코의 경영권 인수전에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두 회사는 사모투자펀드(PEF) JC파트너스가 구성하는 펀드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1200억 원을 출자한다.
보험사들은 지난해에도 GA에 대한 지분투자를 진행해왔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11월, KGA에셋에 7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4.7%를 확보했다. 같은 해 10월 메리츠화재는 인카금융서비스 지분도 매입했으며, 한화손해보험도 8월 인카금융서비스 구주 4.9%를 약 31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보험사와 GA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소법 이후 규제망 안으로 들어온 GA는 각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갖춰야 할 내부시스템이 많아져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모집수수료 1200%룰 이후 자금 사정이 어려진 상황이다. 특히 리치앤코의 내부 현금흐름은 몇 년째 정상화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한승표 리치앤코 대표 등 경영진들이 회사 자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으며 법적 리스크까지 얻었다.
GA들은 보험사들에 손을 뻗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GA 임차료 지원 금지 조항으로 지원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있다. 상황이 이렇자 지분 투자 방식으로 우회 지원에 나선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투자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투자 가치를 판단했다"면서도 "GA의 투자 요청을 거절했다가 자사 상품을 주력 판매 상품에서 제외하는 등 영업상 불이익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금지하고 있는 임차료 지원 규제를 무의미하게 하는 조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부터 보험사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대가로 보험대리점에 임차료, 대여금 등 지원을 하지 못하게 했다. 보험사들이 보험대리점에 임차료를 지원하는 대가로 임차료의 1.5배~2배가량의 실적을 요구해 과당경쟁이 벌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해당 규제는 GA와 보험사 간의 유착 고리도 끊어야 한다는 취지도 있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임차비 100%를 지원받는 대가로 특정 보험사 상품만 판매하는 GA도 있었다"면서 "이는 계약자에게 최적의 상품을 선택해 판매한다는 GA 취지에 어긋나는 처사이며, 이 같은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임차료 지원을 규제한 것인데 점점 무의미해져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