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인근 이르핀과 체르니히우 일부도 넘어가
서방, 병력 철수 아닌 재배치로 판단
러시아 철수 병력 돈바스에 집중되는 분위기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를 점령한 지 한 달 만에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반환하고 떠났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키이우 인근 이르핀과 체르니히우 일부 마을도 탈환했다고 당국은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는 5차 평화 회담 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주둔 병력 상당 수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는 게 러시아 측 설명이었지만, 서방은 러시아가 전력을 가다듬기 위해 잠시 물러서는 것으로 판단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키이우 인근에 주둔하던 러시아군 20%가량이 벨라루스로 재배치돼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국은 러시아가 철수 병력에 물자를 재보급한 다음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으로 파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가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특히 친러 세력이 밀집해 있는 돈바스를 중심으로 동부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려는 조짐을 보인다.
영국 국방부는 성명에서 “러시아가 조지아 주둔군을 우크라이나로 재배치하고 있다”며 “1200~2000명의 주둔군이 3개 대대전술단으로 재편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예상치 못한 손실을 봤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조치”라며 “러시아군은 무기와 사기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고 일부는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렉산드르 그루제비치 우크라이나 지상군 부참모장은 “지난 밤에 약 700대의 러시아군 장비가 벨라루스 국경 쪽으로 이동했다”며 “재편성된 대대전술단은 돈바스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러시아가 침공 초기 점령했던 돈바스의 독립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선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AFP통신은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돈바스는 8년간 전쟁이 벌어졌던 곳으로, 우크라이나군도 해당 지역에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돈바스를 우선순위로 정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더 긴 전투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