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 부추겨…
실수요자 내집 마련 꿈 멀어질수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그동안 옥죄던 대출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부동산 시장에선 그동안 겨우 잡았던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재건축이 빠른 속도로 되면 그 자체가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방법론을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현재 지역별로 40~60%로 차등 적용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지역과 상관없이 1주택 실수요자는 70%,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는 80%까지 완화하는 공약을 내놨다.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 주택 수에 따라 LTV를 40% 이하로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9억 원 이하 주택은 LTV 40%, 9억 원 초과 주택은 20%, 15억 원 초과 주택은 0%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 강화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완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대출액이 2억 원을 넘으면 차주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한다. LTV만 완화하고 DSR을 규제하지 않으면 소득이 높은 고소득층의 대출 혜택이 커지는 만큼 DSR 규제 완화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새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 원을 넘어선 만큼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다만 지난해 말 집값이 하향 안정화 곡선을 그리게 된 데는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영향이 컸는데 이는 공급 물량 확대가 아닌 인위적인 매수 욕구 억제로 만들어낸 집값 조정인 만큼 대출 규제를 풀어주면 그만큼 억눌린 수요가 살아나며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게 되면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올라 외려 내 집 마련의 꿈이 꺾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미 주택 가격이 많이 올라온 상황에서 금리는 한 두 차례 더 오를 것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몇 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이후 재건축 등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집값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대출을 풀어주면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중저가 주택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대출 규제 완화는 주택 시장이 안정화하거나 가격이 하락할 때 펼 수 있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출 규제가 풀린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미 집값은 오를 대로 올랐고 6%에 육박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시장에서는 여전히 급매 문의만 이어지고 있다. 관악구 A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대출 이자도 비싸다 보니 호가보다 저렴하게 내놓은 물건도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실수요자들은 대개 급매 위주로 문의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잇단 규제 완화로 집값을 자극하지 않도록 정책 시행의 속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송 대표는 “부동산 정책 기조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지 말고 방향성을 제시한 뒤 단계별로 시행해야 시장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며 “대출 규제 완화의 경우 반값 아파트나 3기 신도시 등 공급이 발생하는 시기에 추진해야 집값을 자극하는 부작용 없이 실수요자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