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유가 하락해도 장기적 안정 유도 어렵다는 평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이 갈수록 커지자 미국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팔을 걷어붙였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 등 IEA 31개 회원국이 총 1억2000만 배럴 규모의 전략 비축유를 추가 방출할 계획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IEA는 1억2000만 배럴의 원유 재고분 방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특정 기여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곧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추가 방출분의 절반인 6000만 배럴을 책임지고 다른 IEA 회원국이 나머지 6000만 배럴을 방출하는 형태다. 미국이 맡은 6000만 배럴은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출하겠다고 발표한 1억8000만 배럴에 포함되는 물량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6개월에 걸쳐 하루 100만 배럴, 총 1억8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IEA 차원에서 1억2000만 배럴을, 미국이 그와 별도로 1억2000만 배럴을 방출해 총 2억4000만 배럴의 비축유가 시장에 풀리게 되는 것이다.
IEA는 지난 1일 장관급 회의 후 배포한 성명에서 최근 러시아의 행보로 각국 에너지 안보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비축유 추가 방출 방침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회원국인 한국도 442만 배럴을 시장에 내놓게 된다.
비축유 추가 방출 소식에 국제유가는 모처럼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5.73달러(5.6%) 급락한 배럴당 96.23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5.57달러(5.2%) 하락한 배럴당 101.07달러로 집계됐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지난달 16일 이후 최저치다.
서방국가들은 비축유 방출을 통해 러시아 경제 제재로 인한 자국의 경제적 충격을 상쇄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축유 방출이 가격 상승세에 일시적으로 제동을 걸 순 있어도 장기적인 안정세를 유도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비축유를 풀긴 해도 각국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다시 재고분을 채우려고 하게 되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방국가는 이번에 추가로 비축유를 방출하는 동안 러시아산 원유 대신 미국과 중동 등 다른 지역으로 공급처를 전환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수급 격차를 좁히기 위해 산유국들이 연말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증산을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