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바이든 집권 후 6개월 새 세 번째 방출
역사적으로 방출 후 유가 하락하다가 반등, 효과 미지수
방출 후 부족해진 재고가 유가 상승 부추긴다는 지적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휘발유 가격을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전체 방출될 비축유는 1억8000만 배럴 규모로, 백악관은 역사상 최대 방출량이라고 설명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통해 미국 휘발유 가격이 10~35센트가량 인하될 것으로 추산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미국이 회원국으로 있는 국제에너지기구(IEA)도 1일 회의를 열어 비축유 방출을 논할 예정이며 미국 외 국가들에선 3000만~5000만 배럴을 방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는 이에 앞서 회의를 열고 5월 하루 추가 증산량을 종전 40만 배럴에서 43만2000배럴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의 조치는 최근 비축유 방출 규모를 크게 웃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과 이달 각각 5000만 배럴과 3000만 배럴 방출을 발표했다. 이번 방출은 6개월 새 세 번째다.
미국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비롯된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가 에너지 가격을 크게 올려놨기 때문이다. 2월 말 9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인 이달 8일 120달러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후 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여전히 100~110달러를 오가고 있다.
현재 미국은 루이지애나와 텍사스 해안 4곳에 약 5억7132만 배럴을 저장하고 있으며, 하루 최대 440만 배럴의 비축유를 선적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비축유가 대통령의 방출 결정 시점부터 미국 시장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3일 정도다. 이날 이미 방출 소식에 유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약 2주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공급이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비축유 방출 역사를 살펴보면 방출 소식 후 유가가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패턴을 보인다. 지난해 11월 19일 바이든 정권 들어 첫 발표가 있고 난 뒤 몇 주간 주춤했던 유가는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당장 역대 최대 규모의 이번 방출만 보더라도 이달 초 발표했던 3000만 배럴 방출이 유가를 진정시켰다면 진행될 일 없었을 수도 있다.
시장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골드만삭스는 “비축유 방출이 올해 원유 시장 균형을 재조정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구조적 적자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는 향후 몇 년간 지속적인 공급원이 아닌, 재고 방출 수준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출 후 남는 비축유 재고도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정부가 방출을 결정할 때 여지를 더 둘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30일간 하루 100만 배럴씩 방출을 승인한 뒤 상황에 따라 5차례 반복할 수 있다고 옵션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 경우 재고를 좀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은행인 NBD의 에드 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되려 미국의 방출이 재고를 불안하게 해 유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장기적으로 미국이 올여름에 더 많은 원유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생각해보면 비축유 방출은 다소 위험한 전략”이라며 “국제 시장이 장기간 구조적 적자를 유지한다면 미국이 매장량을 줄이는 것은 향후 12~24개월간 유가 강세를 받쳐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