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소상공인 문제의 해법은 일자리에 있다

입력 2022-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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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상으로 만기가 연장되거나 상환이 유예된 대출 잔액이 133조4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소상공인의 피해가 얼마나 컸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부실 채무를 재조정하는 특별 기금인 ‘배드뱅크’를 설립하여 소상공인의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로 하였다. 이에 더하여 50조 원의 추경을 편성하여 최대 5000만 원까지 손실보상금을 제공하고자 한다.

2년에 걸친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폐해진 소상공인을 당장 살려낼 길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만으로 소상공인을 팬데믹 위기에서 구제하고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코로나19가 완화된 다음에 경기를 부양하고 소비를 촉진하여 소상공인의 영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한 회생 대책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런 대책도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 곧이어 또 다른 위기가 발발하여 소상공인을 어렵게 만들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소상공인이 어렵지 않았던 시기는 없었다. 소상공인은 저변의 바닥 경제로 모든 문제가 모여 쌓이는 저수지와 같다. 성매매금지법, 청탁금지법, 메르스 감염, 중국 관광객 감소, 미세먼지 확산, 최저임금 인상 등등 크고 작은 변화와 시련이 늘 소상공인을 괴롭혀 왔다.

자본력이 박약한 소상공인이 위기 상황에서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면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구제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다 보니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예산 당국은 소상공인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소상공인이 자생력을 갖도록 지원해 주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이루어져 왔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소상공인의 매출을 촉진하고 비용을 절감시켜 주기 위한 지역화폐, 제로페이, 공공배달 플랫폼, 카드수수료 인하 등도 제한적 효과를 가져올 따름이다.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상생협력을 강조한 정책도 별 신통력이 없었다.

백약이 무효라 할 만큼 소상공인 지원대책이 효과를 갖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소상공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551.1만 명에 달한다. 이 수많은 소상공인이 제한된 상권의 수요를 놓고 서로 경쟁하니 모두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과밀과당 경쟁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은 이익을 내기 힘들며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것도 버겁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21년 12월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16.7%가 적자를 내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최저임금도 못 버는 자영업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자기 인건비도 벌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계속 장사하게 하는 것은 잔인한 처사이다.

전체 자영업자 중에서 고용원을 두지 않고 혼자 일하는 1인 자영업자는 416만 명이나 된다. 이들은 혼자 모든 일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온종일 쉬지도 못하며 몸을 혹사한다. 이런 소상공인에게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보장은 사치에 속한다. 건강을 상하면서 일하다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면 손해를 감수하며 폐업을 한다. 하지만 폐업 이후에 생계를 유지할 길이 없어 다시 창업하게 되는 것이다.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에 몰린 소상공인은 무간지옥에 빠진 것과 같다. 이들을 구제하려면 전직 기회를 제공해 출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지금도 폐업 소상공인에게 전직 훈련을 지원하고 취업 알선을 해주고는 있으나 별 효과가 없다. 전직을 희망하는 소상공인이 일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상공인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에 있다. 우리나라에 소상공인이 많은 근본적인 원인은 일자리 부족에 기인한다. 청년, 경단녀, 주부, 실직자, 은퇴자가 노동시장에서 직장을 찾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비자발적으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취업은 자기 노동만 제공하면 되지만 창업은 노동에 더하여 자본과 인생을 거는 모험이다. 자영업에서 몇 번의 폐업을 거듭하면 신용불량자의 낙인이 찍히고 인생의 낙오자로 전락한다.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 더 치열한 자영업을 권하는 것은 무분별하다. 소상공인이 사회안전망이므로 복지 정책 관점에서 계속 장사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자생력이 없는 소상공인이 계속 장사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중환자를 연명치료 하는 것과 같다. 소상공인만 바라보아서는 소상공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더 크게 일자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일자리 하나에만 집중해서 해결하면 소상공인뿐 아니라 청년과 노인 문제 모든 것이 다 풀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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