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의 체중이 5% 이상 증가 또는 감소하는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코호트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당뇨환자에서 체중 감량이 권장돼 왔으나 이번 분석에 따르면 당뇨환자의 체중감소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새로운 관점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김형관 교수 연구팀(박찬순 전임의)과 숭실대 한경도 교수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2차례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당뇨환자 152만2241명을 대상으로 체중 변화와 심혈관질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코호트 분석을 진행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대한당뇨병학회지 최근 발표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13.8%다. 이는 30세 이상 성인 약 7명 중 1명꼴로 당뇨환자라는 의미다. 특히 당뇨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이 발생하기 쉽고 그로 인한 사망률도 높다. 비만까지 있으면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인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나 혈당 농도,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기존 진료지침에서는 비만인 당뇨환자의 체중감량을 권고해왔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감량이 적절한지, 체중 감량이 실제로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증명된 바가 없었다. 따라서 환자의 체중 증감이 당뇨병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 당뇨환자 152만2241명의 체중 변화를 측정해 환자를 △10% 이상 체중감소 △5%~10% 체중감소 △안정체중(증감 5% 미만) △5%~10% 체중증가 △10% 이상 체중증가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후 약 7년간 심근경색, 뇌졸중, 심방세동, 심부전 및 사망의 발생여부를 추적 관찰했다.
관찰 결과 안정체중 그룹에 비해 5% 이상 체중증감 그룹들은 모두 연간 심혈관질환의 발생 확률과 사망률이 높았다. 또한, 5%~10% 체중증감 그룹에 비해 10% 이상 체중증감 그룹은 연간 심혈관질환의 발생 확률과 사망률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의 체중이 증가 혹은 감소한 정도가 클수록 심혈관질환 및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U자 모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저체중·정상체중·과체중·비만 환자들에서도 일관적으로 나타나 당뇨환자의 비만도와는 관계가 없었다. 당뇨환자의 심혈관질환 발생에는 비만도보다 체중 변화 정도가 더욱 유의미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형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진료지침과 달리 당뇨환자의 급격한 체중 증가와 감소 모두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비만이 있는 당뇨환자의 체중 감소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환자의 체중이 감소할 경우 혈당수치·식습관·운동법은 어떻게 조절하고 있는지, 다른 질환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내분비대사 분야 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 3월 9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