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기만에 대출 완화로 태도 변화
가계 신용위험은 여전히 커
은행의 가계대출 문턱이 2분기에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계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차기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움직임이 예상되면서 은행이 대출 영업 강화에 나선 영향이다.
다만 앞으로 추가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차주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은행권의 올해 2분기 가계주택대출 태도지수는 전 분기(-14)보다 대폭 오른 11로 집계됐다. 지수가 양(+)이면 대출 태도를 완화하겠다는 금융기관 수가 강화하겠다는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은행권 가계 주택대출 태도가 완화로 돌아선 건 2019년 3월 이후 11분기 만에 처음이다. 은행들의 신용대출 등 ‘가계일반’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도 3을 기록하며,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 만에 완화로 돌아섰다.
비은행권 대출 문턱도 낮아진다. 비은행권의 평균 대출태도지수도 전 분기보다 강화 정도가 축소됐다. 상호저축은행은 -18에서 -15로, 신용카드회사는 -25에서 -13으로 바꿨다. 상호금융조합의 평균 대출태도지수 역시 지난 1분기 -44에서 2분기 -37으로 강화 정도가 약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에 대한 대출태도는 그간 가계대출 관리 정책에 따라 강화 기조를 지속해 왔다”며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와 함께 가계대출 규제 조정이 예상되면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미 은행들은 ‘대출 손님 모시기’에 나서면서 한도 상향과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자사 부동산 플랫폼인 ‘우리원더랜드’ 가입자가 부동산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을 새로 받는 경우 0.1%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1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에 대해 0.2%포인트의 특별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12일 오후 5시부터는 하나은행이 ‘하나원큐신용대출’의 한도를 1억5000만 원에서 2억2000만 원으로 높인다. 이달부터 이 상품의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대출 한도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KB국민, 신한, NH농협 등 다른 은행들도 이달 초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최대 0.2∼0.5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올 들어 금리 인상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부동산 거래 부진 등이 겹치며 대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자 문턱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937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7436억 원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적정선에서 유지하기 위해 금리와 한도 등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대출 한파가 풀리면서 가계의 대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이 발표한 은행권 종합 대출수요지수는 1분기 -16에서 2분기에는 3을 기록했다.
가계 주택 자금 수요는 전분기 감소에서 2분기에는 주택대출 규제 조정 기대 등으로 보합(0)으로 예상된다. 신용대출 등 일반자금 수요는 은행의 신용대출 한도 확대 등의 영향으로 증가(8)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은 쉬어지는 데 신용 위험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은행들이 돈을 빌려줬다가 떼일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주는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2분기 14로, 전분기(17)에 이어 플러스를 지속했다.
한은은 “가계 신용위험은 대출금리 상승세 등의 영향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월 은행 가계대출 금리(잔액 기준)는 3.18%로 1년 사이 0.42%포인트 올랐다.
추가 금리인상도 시간문제다. 당장 14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동결한다해도 한은 총재가 취임한 5월 금통위에는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전날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안정화하는 것은 시급한 정책과제”라며 “한국은행이 금리 시그널을 통해 경제 주체들 스스로 가계 부채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