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등 18개 단체 '中企 납품단가 제값받기 기자회견' 열어
중소기업계가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는 데도 대기업들이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않는 현실을 호소했다. 이들은 원가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시급한 도입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도 주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건설 및 뿌리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중기중앙회를 비롯해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창호커튼월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18개 단체가 참여한 이날 기자회견은 중기업계의 현실을 호소하는 성토장이 됐다.
유병조 창호커튼월협회장은 “지난해 1월 알루미늄 매입단가가 3000원대였는데 최근 6000원을 넘는다. 공사대금을 수금해도 자재비도 못주는 상황이다. 현장에선 현 상황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지만 (대기업)본사의 지침이 없다. 물이 목까지 차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도 “시멘트 대기업은 유연탄가 상승을 이유로 19% 추가 가격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중단 압력까지 행사하고 있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기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는 원자재 가격은 뛰어 생산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제품을 납품받는 대기업이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서다. 원자재값 폭등과 대기업 사이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한 중소기업 긴급 실태조사’에선 2020년 대비 현재 원자재 가격이 51.2% 뛰었고, 이로 인해 경영여건이 매우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이 10곳 중 7곳(75.2%)을 넘었다. 이들 기업의 공급원가 중 원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8.6%에 달했다. 하지만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받는 중소기업은 4.6%에 불과했다. 반영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절반(49.2%)에 육박했다.
정한성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파스너업계는 작년 세차례 원자재 가격이 인상돼 원가상승 요인이 생겼는데도 대기업들이 납품단가 조정을 차일피일 미뤄 현재 70~80% 수준만 조정되고 있다. 1차는 물론 2차 밴더기업들 모두 고사 직전이다. 이런 와중에 올해 원재료 가격이 또 폭등해 납품가격을 조정해야 하는데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에 따르면 파스너업계 대표 기업의 평균 이익률은 1.8% 수준이나 원재료 공급 기업 이익률은 적게는 3배, 많게는 8배에 달한다.
중기업계는 이같은 현실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생산량 감축과 일자리 축소, 공장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강 대표는 "원도급사들은 하도급사에 공사대급 인상 조정이 어렵다고 한다. 부도나는 업체들이 나오는 어려운 시국에 셧다운을 강행할 수 밖에 없다. 원청사와 발주처, 중소건설업체 간 상생의 다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과 윤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를 촉구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하도급 계약기간중 원부자재 가격이 변동되면 이를 반영해 원사업자가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제도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 2007년에도 납품단가는 큰 문제였는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법으로 규정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 오너와 중소기업 단체장, 관계부처 차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상생위원회를 설치해 중소기업 정책을 심의하고, 조정하는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어 “우리 경제는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가고, 99%의 중소기업이 25%를 가져간다”며 “폭등한 원자재 가격을 중소기업들이 떠안게 된다면 존립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