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잇단 지명철회 촉구
'제주 녹지병원' 책임론까지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리고 환경단체가 지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난관이 예상된다. 또 최근 제주도가 녹지병원 내국인 진료와 관련해 법원에서 패소하면서 설립을 추진한 원 후보자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11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원 후보자와 관련해 "그동안 활동 경력을 쭉 보면 과연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이건 사실 좀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토부 장관으로서의 적합성과는 관련성이 좀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여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원희룡 후보자가 정의당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0대 국회가 출범한 후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 중 사퇴를 요구한 사람들은 대부분 낙마했다. 이후 정의당의 반대는 마치 데스노트에 이름이 적히는 것과 같다고 해 정의당 데스노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원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뜬금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부동산 관련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 속에서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인사청문회 통과에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환경단체의 반대도 큰 상황이다. 대부분의 환경단체가 모두 참여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은 원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놀랍게도 국토부 장관에 원희룡 씨가 지명됐다"며 "제주도지사 내내 도민의 민의와 약속을 가볍게 여겨온 원희룡 씨가 국토부 장관이 된다니 벌써부터 국토부가 얼마나 불통과 독선으로 나아갈지 걱정이 앞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를 갈등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며 반목과 분열의 섬으로 전락시킨 자가 국토부 장관이 된다는 것은 곧 국토부가 전국의 국책사업에 있어 민의를 철저히 무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국토부로 하여금 국토와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더욱 심화시켜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원 후보자가 제주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최근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 승소한 것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녹지제주는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에 800억 원을 투자해 녹지병원을 짓고 2017년 8월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신청을 했다. 이에 제주도는 내국인을 제외하고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녹지병원을 운영하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녹지제주는 내국인 진료 제한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외국인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달 5일 녹지제주의 손을 들어줬다. 녹지병원에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고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병원을 운영토록 하는 제주도의 '조건'이 법령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는 이유에서다.
법원 판결 이후 의료계를 중심으로 사실상 영리병원 합법화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고 이에 빌미를 제공한 원 후보자에 대한 비판론도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이후 관가에서도 '뜬금포'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정의당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장관 후보자 중 2~3명 정도는 낙마를 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