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사업단 15일 공사중단 통보
조합 측도 "25일 계약해지" 맞불
6000명 조합원 '전세 난민' 위기
1만2000가구 규모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둔촌주공 시공 사업단이 15일 공사중단을 예고하자 조합은 계약 해지로 맞불을 놓으면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좌초 위기에 빠지면서 약 4800가구 규모 일반분양 공급 계획도 한없이 지연될 전망이다.
12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8일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계약해지 안건을 조합원 총회에 부치기로 조건부 의결했다. 계약해지 시점은 공사가 중단될 경우 25일이 될 전망이다.
조합 관계자는 “계약 해지 안건은 16일 총회가 아닌 별도 총회를 열어 의결하고 계약해지 조건은 실제 공사가 10일 이상 중단되는 경우”라고 했다. 지난달 22일 조합은 시공사업단을 상대로 법원에 공사계약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이어 계약 해지 예고까지 연일 강수를 두고 있는 셈이다.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 갈등의 핵심은 공사비다. 양측은 공사비 6000억 원 증액 문제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공사중단 위기를 맞았다.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 시공사업단은 지난달 14일 강동구청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이달 15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시공사업단은 “현행 조합이 2020년 4월 일반분양해 재원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착공해 2년 이상 공사를 수행했다”며 “하지만 사업 주체인 조합은 HUG 분양가 수용 갈등을 시작으로 지난해 새 집행부 선임 이후 현재까지 일반분양 등을 통한 정상적인 사업추진 재원 마련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사비를 못 받고 약 1조6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의 외상 공사를 하고 있고, 사업 추진을 위해 보증한 약 7000억 원의 사업비 대출조차 조합의 사업 지연으로 현재 대부분 소진돼 7월 말이면 대출 만기가 도래한다”며 공사비 증액 합의와 분양일정 진행을 촉구했다.
둔촌주공 옛 조합은 2016년 시공사업단과 1만1106가구(공사비 2조60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9년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기존 가구 수보다 926가구 증가한 1만2032가구로 변경됐다. 이에 2020년 양측은 공사비 6000억 원을 증액한 3조2000억 원에 1만2032가구를 짓는 공사변경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해당 계약을 맺은 조합 집행부 해임안이 가결됐고 지난해 5월 현재 집행부가 선출됐다. 이에 현행 조합은 이전 집행부가 맺은 계약이 “절차적·내용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조합의 연이은 강수에 시공사업단도 맞불 작전으로 대응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둔촌주공 단지 내 견본주택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사 지연 이유 설명과 분양대금 조달 안내 등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 갈등이 계속되면서 연내 청약 계획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당장 입주를 준비 중인 6000여 명의 조합원은 입주 지연으로 ‘전세 난민’이 될 처지다. 조합원은 또 공사가 지연되면 이주비 대출이자를 포함한 금융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공사계약이 실제로 해지되면 시공사업단에 ‘조 단위’의 미지급 공사비와 사업비 대여금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내 대규모 공급 지연으로 인한 집값 불안도 우려된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일반분양 물량은 총 4786가구로 서울 내 공급물량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2015년 송파구 가락시영을 재건축한 헬리오시티는 총 9510가구 중 1558가구만 일반분양 물량으로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