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안 내리고 4가구 처분 완료
'대치르엘'도 시세보다 높게 나와
강북은 몸값 낮춰도 유찰 잇따라
'녹번역e편한세상' 다섯번째 공고
보류지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에서는 가격을 낮추지 않아도 인기가 높지만, 강북에서는 매각에 실패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공급 기조가 확대하면서 보류지도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1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대치제2지구재건축조합은 11일 ‘대치르엘’에 대한 보류지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 대상 가구는 전용면적 59㎡형 1가구, 77㎡형 1가구 등 총 2가구다.
가구당 최저입찰가는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됐다. 전용 59㎡형은 23억5400만 원, 전용 77㎡형은 29억400만 원이다. 현재 이 아파트 전용 59㎡형의 호가(집주인이 팔기 위해 부르는 가격)가 23억~23억5000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시세와 비슷한 셈이다. 전용 77㎡형 역시 인근 단지인 ‘래미안대치하이스턴’ 전용 110㎡형 호가가 현재 30억 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신축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시세보다 웃도는 가격으로 책정됐다.
강남구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주변에 비슷한 신축아파트가 없어 정확히 비교할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두 가구 모두 시세 대비 높게 책정됐다”고 귀띔했다.
통상 보류지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매물 가격보다 높게 나오면 수요자들이 굳이 보류지를 입찰할 이유가 없어서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강남 일대 보류지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더라도 속속 제 주인을 찾아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는 지난달 4일 전용 59㎡형 1가구, 전용 84㎡형 3가구 등 보류지 4가구를 처분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보류지 매각에 나섰지만 내리 유찰됐다. 입찰가는 각각 27억 원(전용 59㎡), 33억 원(전용 84㎡)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낮추지 않았지만, 처분에 성공했다.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 역시 보류지 처분에 속도가 나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달까지 보류지 6가구 중 5가구를 처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차례 매각공고를 냈지만 유찰됐다. 이 아파트는 입찰가를 별도로 책정하지 않고 경쟁입찰을 진행했지만, 전용 101㎡형이 40억1430만 원, 전용 84㎡형이 33억9983만 원에 각각 신고가로 낙찰됐다.
반면 강북 보류지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에 이어 계속해서 유찰되자 몸값을 낮추고 있다. 최근 공급 기조 확산에 아파트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보류지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응암제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11일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전용 59㎡형 보류지 3가구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 진행하는 매각공고다. 최저입찰가는 10억3000만 원(1가구)과 10억5000만 원(2가구)으로 책정됐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 호가는 현재 11억5000만~12억 원 수준이다. 시세 대비 1억~1억5000만 원 저렴한 셈이다.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 보류지 역시 전용 59㎡는 12억7500만 원→11억5000만 원으로, 전용 84㎡는 15억4500만 원→13억6000만~14억 원으로 애초 공고 가격보다 크게 내린 끝에 거래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보류지 선택도 입지 등 지역적인 선호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결국 경쟁력이 있는 곳이 선택되는 것이기 때문에 똘똘한 한 채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보류지는 정비사업을 진행한 조합이 분양상황 변화에 대비해 일반분양하지 않고 조합 몫으로 남겨둔 물량을 말한다. 매각은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며, 만 19세 이상 개인이나 법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