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컬리의 상장을 위한 주권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다. 이후 한국거래소가 컬리의 외형 요건과 질적 심사요건 등을 평가한다. 컬리가 이 심사를 통과하면 공모와 신규 상장신청서 제출 과정을 거쳐 코스피에 상장된다. 통상 국내 기업의 신규 상장은 상장 예비심사신청 이후 4개월이 걸려 컬리는 올해 하반기 상장될 전망이다.
컬리의 상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적자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기준 컬리는 1134억 원의 영업손실, 213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려면 자기자본이 300억 원 이상이면서 최근 매출액 1000억 원 등의 경영성과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하지만 코스닥에 이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도 테슬라 요건(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 도입되면서 컬링에도 상장 문이 열렸다. 증권가에서는 컬리의 시총이 최고 6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테슬라 요건으로 높은 유가증권시장의 문턱을 넘은 대표적인 기업은 LG엔솔과 카카오페이다. 둘 다 IPO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실적은 달랐다. LG엔솔은 2020년(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4610억 원이었으나 상장 후인 2021년 매출액은 17조8519억 원으로 뛰었다. 1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52억 원에서 7685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4517억 원에서 9298억 원으로 전환됐다.
반면 카카오페이는 2020년(연결 기준)과 2021년 사이 영업이익은 2456억 원에서 4586억 원으로 늘었으나, 당기순손실은 250억 원에서 339억 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와 주식보상비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장했음에도 수익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건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다. 테슬라 요건으로 코스닥에 들어온 기업은 모두 11곳인데, 이중 5개 기업이 지난해 당기순손실으르 기록했다. 디어유(-232억 원)가 가장 손실이 컸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적자 기업임에도 컬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업계 최초로 새벽 배송을 출시하면서 신선식품을 이커머스 채널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는 이유에서다. 키움증권은 “품질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30~40대 여성들의 장보기 채널로 자리잡았다”며 “기업가치 상승 여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컬리가 상장 후 좋은 실적을 이어가더라도 주가는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LG엔솔 역시 상장 직후 개인과 외국인이 대규모로 매도하면서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때 60만 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최근 43만 원대까지 내려왔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열풍으로 기업에 대한 정밀한 분석 없이 청약을 넣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분석을 안 했기 때문에 상장 직후 파는 게 최선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문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