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우리가 미사일로 공격해 가라앉았다"
러시아 "가라앉지 않고 이동 중" 이후 "침몰" 시인
러시아 의원 "공격에 일부 승무원 사망한 듯"
러시아 전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현지시간으로 13일.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타스통신을 통해 “탄약 폭발로 모스크바호에 화재가 발생, 배가 심하게 손상됐고 승무원은 모두 대피했다”고 밝혔다.
600피트가 넘는 길이의 모스크바호는 1980년대 초 당시 소련 해군이 처음 공개한 순양함으로, 사거리 400마일 이상의 벌칸 미사일 발사대 16개를 탑재하고 있다. 2008년 조지아 침공과 2015년 시리아 내전 개입 당시에 활약한 전력도 갖고 있다.
이랬던 전함이 탄약 폭발로 크게 손상됐고, 승무원은 모두 대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믿지 않는 시선들이 많다. 게다가 국방부 발표가 있기 몇 시간 전 우크라이나 정부가 미사일로 해당 전함을 공격했다고 발표하면서 러시아 해군이 당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막심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오데사 주지사는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대함 미사일 2발이 모스크바호를 명중했다”며 “2월 즈미이니 섬에 보내졌던 그 배”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당시 배가 침몰 중이라고까지 밝혔다.
화재 소식을 알릴 당시만 해도 배가 침몰하지 않은 채 떠 있다던 러시아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14일 오후에서야 “모스크바호가 군사 작전 중 손상된 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로 이동하던 중 흑해에서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피격 사실은 부인했다. 타스통신은 “사고 전함이 예인되던 중 탄약 폭발 당시 발생한 화재로 균형을 잃었고 파도가 거센 탓에 가라앉았다”고 부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콘스탄틴 자툴린 러시아 의원이 공격(attack)으로 일부 선원들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하며 또 다른 피격 가능성을 제시했다. 자툴린 의원은 러시아 중진 하원 의원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하다. 그가 말한 공격이 우크라이나로 추정되진 않지만, 승무원 대피 사실만 알린 러시아 국방부의 입장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미국 정부는 아직 정확한 사실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주장에 힘을 넣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배가 침몰하게 된 정확한 원인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미사일이나 그 이상의 무기로 전함을 명중했다는 주장은 확실히 그럴듯하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해당 사건에 대해 중간 수준의 확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모스크바호 침몰에 대한 명확한 사실이 확인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일이 러시아 해군엔 분명한 타격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NN은 “이번 사건은 미 해군이 2차 세계대전에서 전함을 잃거나 오늘날 항공모함을 잃은 것과 비슷하다”고 평했고, 미 해군 퇴역 함장인 칼 슈스터는 “이 정도의 손실만이 러시아 국민의 사기와 해군의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알레시오 파탈라노 전쟁전략 교수는 “전함을 잃는 것은 러시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모스크바호는 떠다니는 하나의 영토로, 배 한 척을 잃으면 군사적 손실을 넘어 정치적, 상징적 메시지의 손실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