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3월 물가상승률 7.5%, 25년 만 최고치
“물가 상승세 올해까지 지속될 것”
유럽중앙은행(ECB)이 물가 급등 우려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긴축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ECB는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마이너스(-) 0.5%, 0.2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을 통한 채권 매입 종료 시기를 3분기로 앞당긴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ECB는 물가 고공행진에도 기준금리 동결을 택했다. 유럽연합(EU) 통계국은 유로존 3월 물가상승률이 7.5%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3월 물가상승률도 7.3%로 4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ECB은 올해까지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혼란이 유럽 물가를 밀어올렸다. 생산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 물가도 올랐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에 제재가 가해지면서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상승했다.
ECB의 금리 동결은 다른 금융당국들과도 다른 행보다. 미국과 영국 등 세계 주요 금융당국에서는 물가 상승 완화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예측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다음 달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 금리 인상이 점쳐진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8.5% 뛰면서 기록적인 상승폭을 보였다.
영국중앙은행(BOE)도 연달아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한 데 이어 5월에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조절해 경기 침체를 완화한다는 입장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심화가 여전하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통화 정책에 있어 여러 선택지를 열어두고, 점진적으로 유연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은 미국, 영국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인 만큼 경기 불황의 신호를 눈여겨봐야 한다.
문제는 금리 인상 시점이다. 금리를 너무 일찍 올릴 경우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비롯된 경기 침체에서 회복되려는 시점과 겹쳐 경기 침체를 지속시킬 수 있다.
금리 조절이 늦어져도 물가 상승이 지속될 수 있다. 이런 경우 1분기 EU의 경제 성적이 좋지 못했던 만큼 ECB가 예상한 2%대 물가상승률보다도 물가가 많이 올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소피 룬드-이츠 하그리브스랜스다운 선임 주식애널리스트는 “공격적 금리 인상이 전망된 미국과 완전히 다른 행보”라며 “유럽의 금리 인상은 예상보다 더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