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가 있는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됐다. 이에 대선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을 품고 있었던 부동산 시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방침을 두고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 유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서울시의 이번 방침을 두고 거세게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위한 단체 채팅방도 만들어졌다.
한 네티즌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시장원리를 역행하는 제도”라며 “이렇게 사유재산을 제한하면 오히려 풍선효과로 인근 동네 아파트값이 치솟는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동구 성수동 S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같은 경우는 진행이 빨라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이 이해가 가는데 성수동 지역은 대부분 재개발 지역이라 너무 노후화돼서 실거주할 수 없다”며 “이번 방침을 두고 굉장히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시는 20일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압구정·여의도·목동 아파트지구와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집값 과열이나 우려가 있을 때 지정된다. 구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 부동산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근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대감이 일면서 재건축 단지 등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선제적으로 안정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내 24개 단지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지구와 인근 16개 단지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14개 단지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4곳이 재지정됐다. 해당 지역들은 지난해 4월 27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이달 26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이번 재지정 방침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효력이 1년 더 늘게 됐다.
다만 이번 방침이 훗날 규제 완화를 위한 준비 단계로 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본격적인 규제 완화 전 시장 과열을 먼저 막겠다는 것이다. 이번 방침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신고가 경신도 간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세웅 압구정케빈부동산 대표는 “처음에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후보 시절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들을 내놨지만, 당선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규제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며 “대신 '신속통합기획'이나 '35층 룰' 폐지 등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번 방침도 향후 규제 완화를 위한 준비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압구정 일대 재건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최근 간간이 이어지는 신고가 경신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 출범과 서울시장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서울 부동산 시장에 변화 요인을 가할 필요가 없다”며 “굳이 시장의 기대 심리를 부추길 이유가 없어서 토지거래허가제를 1년 연장하는 것이 실보다 득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