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Won’t be long now)”
유명 IT 팁스터(정보유출자) 에반 블라스가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이 문구 하단에는 구글이 개발 중인 스마트워치의 코드명 ‘로한(Rohan)’과 구글의 운영체제인 ‘웨어(Wear) OS 3.1’이 적힌 사진이 함께 올라왔습니다. 의미심장한 예고를 한 셈이죠. 그로부터 5일 뒤인 20일(현지시간), 블라스는 해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91 모바일’에 “구글의 픽셀워치 로한”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구글이 최초로 자체 개발한 스마트워치 ‘픽셀워치’를 다음 달 ‘구글 I/O(개발자 회의)’에서 공개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로써 스마트워치 시장을 두고 일명 ‘손목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이미 다양한 브랜드들이 진출해 경쟁 중이던 스마트워치 시장에 빅테크 기업 구글이 추가됐으니 말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스마트워치 브랜드별 출하량 점유율은 애플이 30.1%로 1위입니다. 그러나 삼성(10.2%), 화웨이(7.7%), 아이무(5.2%), 어메이즈핏(5.1%), 가민(4.6%), 핏빗(3.8%), 샤오미(3.6%), 노이즈(2.6%) 등 다양한 브랜드가 바짝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이들 외 기타 브랜드의 합산 점유율도 약 28%에 달합니다. 즉 애플이 절대적 시장 지배력을 지닌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구글의 스마트워치 시장 진입 소식에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이기도 하지요.
픽셀워치는 당초 올해 3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정이 연기돼 현재 구글 내에서 ‘로한(Rohan)’이란 코드네임으로 불리며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블라스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픽셀워치는 삼성의 ‘갤럭시워치’처럼 베젤(테두리) 없이 둥근 디스플레이가 특징입니다. 대기 화면 안에는 걸음수와 심박수 측정 아이콘이 자리합니다. 화면 가운데의 마름모꼴은 구글에 인수된 핏비트(Fitbit)의 제품과 유사한 형태의 아이콘으로 보입니다.
또 구글은 기기 주변의 피부 제스처에 반응하는 웨어러블용 ‘스킨 인터페이스‘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이는 기기 주변의 피부를 두드리는 것만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로, 픽셀워치에 추가될 가능성이 제기돼 기대감을 더욱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픽셀워치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습니다. 앞서 말한 ‘스킨 인터페이스’ 기술도 언제 구현될 수 있을지 사실상 불투명한데다, 그간 구글 행보에 비추어 보면 구글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는 평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 구글이 2012년 공개한 ‘구글 글래스’는 1500달러(약 175만 원)에 가까웠던 가격에 비해 조악한 기술력을 보여 시장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심지어 구글 글래스는 미국 과학기술 전문지 ‘MIT테크놀로지 리뷰’의 21세기 최악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혀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죠.
이에 해외 누리꾼들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구글의 역대 행보들이 픽셀워치가 별로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며 픽셀워치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이번 픽셀워치의 다자인에 대한 실망감도 적지 않습니다. 한 해외 누리꾼은 소셜미디어에서 “픽셀워치의 버튼 위치가 걷거나 손을 움직일 때 자꾸 활성화될 것 같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구글의 스마트워치 시장 진출이 밝지 많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스마트워치 시장 선두업체들의 ‘수성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애플은 올해 하반기 ‘애플워치8’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전작에서 지원했던 심전도(ECG), 수면패턴,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기능에 더불어 체온과 맥박, 자동차 충돌 등을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도 올해 8월 ‘갤럭시 워치 5’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번엔 전작에서 지원했던 심전도와 체성분, 혈압 기능에 더불어 ‘체온 측정 기능’도 추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구글은 2014년부터 웨어러블 기기용 자체 운영체제(OS)인 ‘웨어 OS’를 만들었습니다. 또 삼성전자나 모토로라 등 파트너사의 기기에 이를 적용해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구글이 해당 OS를 사용한 스마트워치를 ‘직접’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쨌든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초보자인 셈이지요. 치열한 시장에서 구글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구글의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