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둘 사이에 자녀 3명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
카바예바, 푸틴 해외 비자금 관리하며 부 축적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69) 러시아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알리나 카바예바(39)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다 막판 보류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카바예바에 대한 제재 패키지를 준비해왔지만, 백악관이 이를 반대해 결국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통상 이러한 제재 패키지는 재무부와 국무부가 공동으로 마련하고, 발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최종 승인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카바예바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반대로 막판에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의 측근 인사들에 잇달아 제재를 내리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전처 류드밀라 푸티나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인 장녀 마리야(36)와 차녀 카테리나(35)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카바예바를 제재 명단에서 제외한 것은 사적인 일격으로 간주돼 미국과의 긴장 관계가 악화해 우크라이나 정전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재무부 관계자는 카바예바 제재 부과 시 푸틴 대통령이 "공격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카바예바는 세계선수권에서만 14개의 메달을 딴 스포츠 스타 출신이자 푸틴의 비공식 연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푸틴이나 러시아 정부가 두 사람의 관계를 공식 인정한 적은 없지만, 둘 사이에서 최소 3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카바예바와 그의 가족은 푸틴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 야권의 저명한 지도자였던 알렉세이 니발니는 지난 6일 미국 의원들에 카바예바가 푸틴의 개인 재산 은닉을 도왔다며 그를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서방국가들에 카바예바를 제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카바예바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에 그녀를 추방하고, 소유 중인 부동산을 압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스위스 정부는 "카바예바가 현재 스위스에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카바예바는 주로 스위스 저택에서 주로 거주했으나 최근 모스크바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3일 모스크바 VTB 아레나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리듬체조 행사 '알리나 페스티벌'에 참석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 체조가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여전히 카바예바 제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아직 제재가 부과되지 않은 다수의 인물에 대해서도 제재를 준비해왔고, 이들에 대한 제재를 언제 부과해야 최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