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최소 50% 이상 뛴 사람 9% 달해
핵심생산인구 약 20%, 1년 내 이직 예상
미국 3월 물가 8.5% 급등, 40년래 최고치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인사이트 집리크루터가 최근 6개월 이내 이직한 미국인 206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4%가 이전 직장보다 임금이 올랐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에 달했다. 9%가량은 임금이 최소 50% 이상 뛰었다.
미국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임금을 인상하고 있다. 높은 임금과 좋은 복지를 ‘당근’으로 제시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사람들의 이직률도 치솟았다. 실제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집계 결과 3월 연평균 임금 상승률은 6%로 전년 동기(3.4%)나 전월(3.7%)을 크게 웃돌았다. 이 가운데 이직자들의 임금 상승률은 7.1%로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고임금을 좇아 일자리를 옮기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5∼54세 핵심생산인구의 약 20%가 1년 내 현재 다니는 직장을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1∼2년만 더 머무르겠다는 응답자도 26%나 됐다. 미국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 기간이 4년 정도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얻는 데 그만큼 확신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WSJ는 해석했다. 집리크루터가 별도로 설문한 조사에서 현 직장을 관둘 경우 더 높은 임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구직자의 비율은 1월 43%에서 3월 54%로 늘었다.
문제는 가파른 임금인상이 가뜩이나 치솟은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새로운 인재를 유치하거나 기존 인력을 붙잡아두기 위해 임금을 올리고, 그만큼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8.5% 급등했다. 1981년 이후 약 40년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도 이달 초 WSJ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최대 인플레이션 위험요인으로 임금인상을 지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붕괴라고 답한 응답자보다 많았다. 그랜트 손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임금 인상은 좋지만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금인상이 부채질하는 물가 상승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도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연준은 물가를 목표치인 2%로 끌어내리기 위해 공격적인 긴축을 예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했다. 올해 수차례 빅스텝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연준 위원들은 지난 3월 FOMC에서 월 최대 950억 달러(약 119조 원)의 양적긴축도 논의했다.
알렉스 도매시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원은 “현재 수준의 임금 인상률은 5% 이상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며 “이는 연준의 목표치와 양립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