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민주, 여야 합의·재조정에 독주 명분 확보 판단
하지만 정의당은 필리버스터 중단 비협조…소수당 패싱 지적
20대 국회 연동형비례대표제·공수처 의결 때도 회기 쪼개기
권성동 "편법 동원 필리버스터 무력화해 의회독재 트레이드마크"
원내 수단 고갈된 국민의힘, 헌재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담긴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의 30일과 5월3일 본회의 의결이 확정됐다. 27일 본회의에 상정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토론)를 신청했지만 ‘회기 쪼개기’로 자정에 자동종료될 예정이라서다.
검수완박 법안들은 이날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해 마지막 협상을 했지만 끝내 결렬됐고, 박 의장은 본회의 의결을 결심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에 대응하는 회기 쪼개기도 협조했다.
박 의장은 본회의에서 4월 임시국회 회기를 이날까지로 단축하는 민주당 요청 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자정에 회기를 마치면서 자동으로 종료되고, 검수완박 법안은 다음 임시국회 회기 첫 본회의에서 표결한다. 28일에 곧바로 단기 회기의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키고 민주당 단독의결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박 의장이 민주당 입법독주에 협조하게 된 것은 여야 중재를 두 차례 시도했다는 명분을 확보해서다. 우선 지난 22일 6대 범죄 중 부패·경제 수사권은 검찰에 존치시키는 최초 합의안을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입김에 국민의힘이 재협상을 요구하자 비판이 제기된 선거 범죄 수사권도 6월 지방선거 공소시효를 고려해 연말까지 두기로 재조정했다.
박 의장은 본회의 개의 통지 후 입장문을 내 “그동안 여야 합의안이 의원총회에서 뒤집힌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의총 추인까지 받은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합의안을 보완했지만 야당은 이조차 끝내 거부했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과 민주당은 이처럼 입법독주에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야권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정의당이 민주당에 필리버스터 중단 요건 180석 확보에 협조하지 않은 이유다. 소수정당의 발언권을 보장키 위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데 소수정당이 나설 수 없다는 게 정의당의 입장이다.
정의당의 비협조로 진행된 회기 쪼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대 국회에서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이 담긴 패스트트랙(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 지정) 안건을 의결하는 데도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자 회기를 단축시켜 강제종료시킨 바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필리버스터에 나서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와 같은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필리버스터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준연동형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 사례에서 보듯 동원된 다수 폭정으로 일관해 의회독재가 트레이드마크”라고 비판했다.
원내 저지 수단이 고갈된 국민의힘은 검찰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대응에 나섰다. 법사위 심의 도중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안건조정위에 야당 위원으로 참여한 게 절차적 하자가 있는 위법이라는 법률 자문을 받아서다. 윤 당선인 측은 국민의힘과 별도로 국민투표를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