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에 가고 싶다] ‘토지’의 고향 평사리로 가는 하동역

입력 2022-04-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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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과 호남을 잇는 경계에 위치한 하동역은 1968년 2월 경전선 순천-진주 구간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하였다. 현재의 하동역은 2016년 7월 경전선 복선철도 진주-하동 구간 개통으로 옛 하동역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새롭게 지어졌다. 역사는 조망과 일조권을 고려한 개방감 있는 디자인이 특징인데, 녹색도시 하동의 정체성을 반영한 공원도 함께 조성되었다. 벚꽃 명소로 유명했던 옛 하동역은 문화체험공간으로, 하동군청까지 이어지는 폐철로는 주민 산책로로 탈바꿈하였다. 오랜 세월 영호남을 연결해 온 섬진철교는 ‘알프스 하모니 철교’로 변신하며 관광명소가 되었다.

하동은 삼국시대 ‘한사다군’으로 불리던 곳으로, 그 이름의 유래처럼 바다로 착각할 만큼 크고 넓은 섬진강가의 고운 백사장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조개가 하동역을 상징하는 철도 스탬프의 재첩이다. 섬진강은 본래 모래가림, 다사강, 사천 등으로 불릴 만큼 고운 모래로 유명하다. 1385년 왜구가 섬진강 하구를 침입하였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는 바람에 황급히 도망가면서 ‘두꺼비 섬’ 자를 써서 섬진강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 섬진강물이 수시로 범람하면서 만들어진 평야가 평지리, 즉 ‘무딤이들’로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다. 섬진강 오백 리 물길 중 가장 너른 들판이라는 무딤이들의 면적만 140만㎡. 동냥만 해도 한 해는 배불리 먹었다는 풍요로운 땅이다. 당시 박경리 작가는 하동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지만 넓은 무딤이들을 보고 소설 ‘토지’의 주무대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1998년부터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를 중심으로 토지민속마을과 토지 세트장이 조성되었으며 2001년부터는 토지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

하동은 유독 녹색이 잘 어울리는 도시이다. 천연기념물 제445호 하동송림은 750여 그루의 노송이 넓은 백사장과 파란 섬진물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하동의 명물 중 또 하나가 녹차이다. 삼국사기 기록에 따르면 ‘신라 흥덕왕 3년(서기 828년)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 대렴공이 차 종자를 가지고 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라고 전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역사성을 바탕으로 매년 5월 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알프스 하모니 철교’로 변신한 옛 섬진철교. 1968년 경전선 개통과 함께 건립된 섬진철교는 영남과 호남을 잇는 교통수단 그 이상의 의미였다. 진해 비료공장의 비료를 호남의 곡창으로 보내고, 호남의 양곡을 영남으로 실어나갈 수 있게 하는 지역 발전의 상징이자, 당시 세계 최신의 기술을 적용하여 만든 철도 기술진의 자랑이기도 했다.

자료=국가철도공단 ‘한국의 철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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