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러시아군 탱크 ‘자폭’의 비밀...‘잭-인-더-박스’ 효과

입력 2022-04-28 10:35수정 2022-04-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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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탱크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로에 파괴된 채 버려져 있다. 키이우/AP연합뉴스

"1초 안에 못 빠져 나오면 끝나"

러시아 탱크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상부가 날아간 채 파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탱크 폭발을 꼽는다. 러시아군 탱크가 ‘자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군 탱크 580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병사는 1만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전쟁 사진 분석 결과 러시아 탱크들이 ‘잭-인-더-박스 효과(jack-in-the-box effect)’를 겪고 있다고 분석한다. '잭-인-더-박스'는 상자에 든 잭이란 뜻으로 상자 뚜껑을 열면 인형이 튀어나오는 장난감을 말한다. 러시아 탱크들이 상부 포탑이 폭발하면서 파괴되고 있음을 잭 인 더 박스에 빗댄 것이다.

탱크의 '잭-인-더-박스' 현상은 탄약 저장 방식과 관련이 있다. 서방사회의 현대 탱크와 달리 러시아 탱크는 포탑 내부에 여러 개의 포탄이 들어 있다. 이 부분이 탱크를 약한 공격에도 취약하게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최대 40개의 포탄이 있는 탄약 저장소를 폭발시키는 연쇄 반응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장면이 담긴 소셜미디어 영상을 분석해보면 연쇄 폭발로 러시아 탱크들의 포탑은 2층 건물 높이만큼 치솟았다.

신(新)미국안보센터의 러시아 연구 프로그램 관계자인 샘 벤뎃은 “우리가 살펴본 봐로는 러시아 탱크는 설계 결함을 안고 있다”며 “탱크 명중 시 탄약을 빠르게 점화시켜 엄청난 폭발이 발생하고 포탑은 그대로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전 영국군 장교이자 방산업계 애널리스트인 니콜라스 드러몬드도 “1초 안에 빠져 나오지 못하면 끝난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러시아군 탱크들이 대부분 이 같은 설계 결함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군 탱크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지역에 버려져 있다. 키이우/AFP연합뉴스

"서구 탱크, 매우 영리한 설계"

사실 러시아 탱크의 설계 결함이 노출된 지는 오래됐다. 서방사회는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군이 사용한 러시아산 T-72탱크들이 같은 현상을 보인 것에 주목했다. 대전차 미사일을 맞고 포탑이 폭발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드러몬드는 “러시아가 이크라 전쟁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있는 많은 러시아산 탱크들이 여전히 유사한 설계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T-72 후속인 T-90 시리즈가 업그레이드 되기는 했지만 미사일 장전 시스템은 이전 모델과 유사해 취약점이 보완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물론 해당 시스템에도 몇 가지 이점이 있다. 탱크 내 더 넓은 공간을 만들 수 있고 탱크의 프로필을 낮춰 전투 시 타격이 어렵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서방사회는 걸프전에서 탄약을 구획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러몬드 애널리스트는 1차 이라크 전쟁 이후 개발된 미군의 스트라이커 보병 전투 차량을 언급하며 “상단에 포탑이 있고 이는 탱크 승무원 구획과 완전히 구별된다. 모든 탄약은 포탑에 있다”며 “포탑이 공격을 받고 날아가도 승무원은 안전하다. 매우 영리한 설계”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설계 결함인 탱크 문제를 개선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의 전 탱크 승무원은 “탱크 승무원 훈련에만 최소 12개월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러시아가 탱크 승무원을 교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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