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산업의 전례 없는 혁신을 ‘제4차 산업혁명’으로 처음 명명했던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최근 ‘위대한 리셋(The Great Reset)’이란 저서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돼 경제·사회적 ‘리셋’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격 기술이 상용화되고, 환경과 산업, 국가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현실화되면서 새로운 기술변화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더불어 국내적으로는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30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는 2025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장년층의 비중은 차츰 높아져 2030년에는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이상을 50세 이상이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모든 국민이 일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생에 걸쳐 직업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직업교육과 훈련은 여전히 청년기,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이수율은 6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나 산업현장에서 원하는 인재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미스매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첫 직장에 취업하는 20대 후반 이후에는 학업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30대 이후에는 OECD 평균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양질의 교육·훈련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에서는 신기술 교육과 훈련 참여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리셋’으로 표현될 정도로 산업과 노동시장의 전방위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지금, 평생에 걸친 직업능력개발 체계에 대한 기업과 국민들의 요구는 어느 때보다 거세다.
먼저, 기업현장에서는 빠른 기술변화와 디지털·저탄소로의 산업구조전환에 대응해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양성할 수 있는 체계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장기간이 소요되는 정규교육만으로는 빠른 기술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과 직업훈련기관 등이 함께 참여해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산업 전 영역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전환에 대비해 기존 재직자에 대한 전환훈련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기존 재직자의 리스킬·업스킬을 통해 산업전환에 대응하기를 원하고 있으나, 필요한 훈련을 직접 설계하고 실행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여전히 많다. 중소기업이 필요한 훈련을 손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체계적인 훈련(S-OJT), 찾아가는 컨설팅 제공 등 종합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개인적 차원에서는 평생에 걸쳐 이직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일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연령과 고용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능력개발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력을 설계하고 계획적으로 직업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경력설계 컨설팅 서비스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직업훈련의 방식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메타버스, 가상현실(VR) 등 신기술을 활용한 원격교육이 민간 교육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공공 직업훈련에도 이러한 혁신적 훈련방식 도입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가 주도하는 사전 통제 중심의 훈련 규제를 혁신하고, 양질의 원격훈련 컨텐츠를 확산하는 등 미래 지향적인 훈련방식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경제와 산업 전반에 걸쳐 모든 것이 급변하는 전환의 시대에 우리 직업교육·훈련체계는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정부는 모든 국민이 변화에 적응하고 준비해 산업의 혁신을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훈련계좌인 국민내일배움카드와 평생직업능력개발법으로 전 국민의 능력개발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현장의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실질적인 능력개발기회를 보장하도록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