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7일 연속 40도 이상 이어져
파키스탄, 47도로 북반구 최고기온 기록
농작물 손실ㆍ전력 부족 등 경제적 피해도 막대
인도와 파키스탄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이 수백만 명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4월 인도 북서부와 중부 지역 평균 최고기온이 각각 섭씨 35.9도, 37.78도에 달해 기상 집계가 시작된 1901년 이후 1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CNN이 3일(현지시간) 인도 기상청(IMD)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달 인도 뉴델리에서는 7일 연속 4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 일부 주에서는 폭염으로 학교 수업이 중단되고,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에너지 공급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 정부에서는 주민들에게 집 안에 머물고 수분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라고 권장했다.
인도와 붙어 있는 파키스탄도 비슷한 상황이다. 파키스탄 기상청(PMD)이 CNN에 준 자료에 의하면 파키스탄 남동 지역인 신드주의 제코바바드와 시비에서는 4월 29일 최고기온이 47도까지 올랐다. 이는 당시 북반구 전체에서 가장 높은 최고기온으로 집계됐다.
셰리 레만 파키스탄 기후변화 담당 장관은 “파키스탄이 ‘봄이 사라진 해’를 겪는 건 수십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에서는 이번 주 더위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IMD는 인도 북서부 지역의 최고기온이 3~4도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도 이번 주 말에는 평균 기온인 40도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후위기, 폭염이 더 자주 발생하고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 폭염 피해 규모도 두 나라에 걸쳐 약 10억 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인도를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로 꼽는다. IPCC 평가보고서 주요 저자이자 인도 인간정착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찬드라 싱 박사는 “이번 폭염은 전례가 없다”며 “폭염의 강도, 지속 기간, 주기 등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사람들의 건강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웨스트벵골주와 오디샤주를 비롯한 인도 몇몇 주는 폭염으로 학교 수업을 중단했다. 마마타 바네르지 웨스트벵골 주지사는 “등교하는 아이들 중 상당수가 코피를 흘리는 일이 있었다”며 “이런 수준의 폭염은 아이들이 견디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인도에서는 최근 몇 년간 폭염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학교 수업을 중단하고 건강 권고안을 발표해왔다.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손실도 크다. 인도의 여름 폭염은 5, 6월에 나타나지만 올해는 3, 4월부터 기온이 올랐다. 인도 곡창지대인 북부 펀자브주의 피해가 크다. 구르빈더 싱 펀자브 농작 관리자는 “지난달 펀자브주 날씨가 평균 7도 상승해 밀 수확량이 감소했다”며 “4월 밀 수확량은 헥타르당 500kg 이상의 손실을 봤다”고 하소연했다.
싱 박사는 “농부, 건축업계 노동자처럼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더욱 클 것”이라며 “더위를 식힐 방법도 거의 없고, 더위를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전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수요가 늘면서 석탄이 고갈돼 하루 9시간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델리 전력부에 따르면 지난주 델리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 5곳 중 3곳의 석탄 재고가 25% 이하로 떨어졌다.
인도는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 650대 이상의 승객을 싣는 기차 운행을 취소하고 석탄 재고를 운송할 화물 열차 운행 선로를 확보할 방침이다.
그러나 싱 박사는 “미래 폭염에 대비하려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며 “인도는 폭염에 대비한 행동 계획이 없고, 언제나 현실은 예상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폭염이 인간 생존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