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후 재시공까지 약 6년 걸려…추가 비용 2000억 원 소요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8개 동 모두를 철거 후 재시공에 나선다. 국내에서 공사 중이던 아파트 건물이 무너져 단지 전체를 철거하고 다시 짓는 일은 처음이다. 회사는 재시공까지 5년 10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 후 재시공 계획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은 입주예정자의 요구사항인 화정동 아이파크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 짓겠다”며 “회사는 고객에게 안전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재시공 배경에 대해선 “지난 4개월 동안 입주예정자와 보상 여부를 놓고 얘기해왔는데 사고가 난 201동 외에 나머지 계약자들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철거 후 재시공까지 최대 70개월(5년 10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철거 방법은 정하지 않았고 국내에서도 (전면 철거는) 사례를 찾을 수 없다”며 “재시공까지 70개월 정도 예상한다”고 했다.
철거 후 재시공이 결정된 만큼 기존 입주 예정자 보상 금액 규모도 만만찮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은 2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정 회장은 “비용은 1950억 원, 약 2000억 원 정도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입주 지연비용과 입주 예정자 지원 등 관련 사항을 앞으로 (입주 예정자와) 협상해 나가면서 들어갈 비용”이라고 밝혔다.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는 지난 1월 11일 오후 건물 한 개 동 일부가 공사 중 붕괴했다. 이 사고로 아파트 1개 동 23∼38층 외벽·내부 구조물 일부가 무너져 내려 공사 작업자 6명이 사망했다. 이 단지는 1, 2단지로 구성돼 있으며 애초 총 8개 동 847가구(아파트 705가구, 오피스텔 142실)가 올해 11월 30일이 입주할 예정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관련 징계가 예정돼 있다. 회사가 아파트 단지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밝힌 만큼 징계 수위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서울시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해 상반기 이내에 처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 관계자는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국토부 처분 요청을 받았다”며 “앞으로 등록말소 등을 포함한 강력한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 역시 지난달 29일 사고 현장을 찾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와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난다면 기업은 망해야 하고 공무원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향후 관련 처분이 내려지면 HDC현산은 추가로 최대 1년가량의 영업정지를 받거나 건설업 면허를 박탈당하는 등록말소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앞서 서울시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지난 3월 30일 부실시공 혐의로 8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또 지난달 13일에는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으로 추가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