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50여일, '정쟁ㆍ갈등'만 있었다

입력 2022-05-05 11:16수정 2022-05-0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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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와 차별화된 국정 과제 제시하지 못해
인수위 초기부터 용산 집무실 이전 등으로 갈등 일으켜
내각 구성을 놓고 윤석열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간 충돌 발생하기도
문재인 정부와도 계속 충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위원장에게 인수위가 준비한 110대 국정과제 자료를 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이투데이DB)

"정쟁만 있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내일(6일) 해단식을 진행한다. 3월 18일 현판식을 갖고 출범한 지 50여 일 만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3일 국정 과제를 발표하면서 “(이번 인수위는) 다음 정부 인수위에도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 대해 정계는 차별화된 국정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한 채 정쟁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어젠다 부재

안철수는 지난달 18일 인수위 출범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 인수위는)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인수위는 역대 인수위와 비교했을 때 대형 국정 어젠다를 내놓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때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 박근혜 정부 때의 경제민주화 같은 대형 어젠다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일회용 컵 규제 유예, 스쿨존 속도제한 완화 등 실생활과 밀접한 소소한 이슈가 많았다.

3일 이뤄진 국정과제 발표에서도 인수위는 역대 정부와 차별화된 국정 과제를 제시하지 못했다. 원자력 산업 강화, 공급 위주의 부동산 정책, 재정 건전성 유지 등 ‘반 문재인 정부 정책’만 두드러졌다.

용산 집무실 이전 논란

인수위는 오히려 갈등의 중심지였다. ‘용산 집무실 이전’ 논란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선 이후 대통령 경호 등을 이유로 광화문이 아닌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후보 시절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무실 이전으로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등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각의 비판에도 윤 당선인은 “(광화문 인근으로 집무실을 옮기면) 시민 불편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현 정부와도 사사건건 대립했다. 청와대는 용산 집무실 이전에 대해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은 “일할 수 있게 도와 달라”, “청와대는 절대 가지 않는다”며 압박했다.

갈등은 3월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을 통해 해소됐다. 회동 이후 현 정부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지출안을 의결했다.

사상 초유 '당선인-인수위원장 간 출동' 발생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장 간 충돌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갈등의 시발점은 ‘인사’ 였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대선 기간 공동 정부 구상에 서로 합의하며 단일화에 성공했다.

그런데 지난달 초 윤 당선인이 발표한 총리ㆍ장관 후보자 명단에는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이른바 ‘안철수계’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조언을 드리고 싶었지만 (후보자 추천 등)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급기야 안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인수위 일정을 모두 취소하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윤 당선인이 직접 나섰다. 윤 당선인은 같은 날 저녁 안 위원장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날 회동에 같이 참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완전히 하나가 되기로 했다”며 말했다.

저녁 만찬 회동 이후 안 위원장은 바로 다음 날 인수위로 출근했다. 안 위원장은 “공동정부 정신이 훼손될 만한 일이 있었다”며 “하지만 위원장으로서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훼손될 만한 위기가 무엇이었느냐“는 기자 질문에 안 위원장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구권력과 끊임없는 갈등

이번 인수위는 구권력과도 끊임없이 충돌했다. 인수위와 현 정부는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인사 등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잇따른 갈등으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대선 19일 만에 첫 회동을 했다. 역대 신구권력의 첫 회동 중 가장 늦은 것이다.

갈등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대담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 등에 대해 지적하자, 윤 당선인 측은 “남은 임기 동안 국민께 예의를 지키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잇따른 갈등, 대형 어젠다 부재에다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슈까지 발생하면서 인수위 존재감은 더욱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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