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코스피시장이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과 외환시장의 불안 영향으로 사흘만에 소폭 하락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4일)는 단기 낙폭과대에 따른 반발매수 심리와 중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마련, 미국 정부의 모기지시장 안정책 시행 효과 기대감 등이 어우러지면서 주요지수가 2%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발 훈풍과 더불어 전일 급등 여세를 몰아 상승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1070선까지 전진하기도 했으나 중국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1050선으로 급락하는 등 보합권 등락을 거듭한 끝에 전일대비 1.08p(0.10%) 내린 1058.18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677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18거래일만에 매수우위로 돌아섰고, 지수선물시장에서도 3846계약 순매수를 보였으나 기관의 '팔자'와 환율의 급등에 빛이 바랬다.
최근 이틀간 증시를 방어해주던 기관은 이날 780억원 매도우위로 돌아섰고, 특히 지수선물시장에서는 5196계약을 순매도하며 시장분위기를 무겁게했다. 개인은 78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비차익거래(-1021억원)를 중심으로 1897억원 순매도를 나타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중국 경기부양책 약발이 하루만에 소멸되면서 주가/원화/채권값이 동시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가 다시 연출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7.00원 오른 1568.00원으로 마감했다.
주식시장이 전강후약 흐름으로 반등세가 꺾인데다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개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약보합권에서 등락하던 원/달러 환율은 장 막판 20원 이상 치솟으며 5일선 위로 다시 올라섰다.
전일 아시아 증시를 열광케했던 중국발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새롭고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기대하며 전일 6%대 급등세를 보였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장중 1% 이상 밀리는 등 등락을 반복하다 1.04% 오름세로 마감했다.
전일 상승폭이 유독 작았던 일본 닛케이지수가 소외를 만회하며 1.95% 상승했고 가권지수(2.11%)도 강세를 유지했다. 반면 코스피를 비롯해 항셍지수(-0.97%), 싱가포르지수(-1.66%)는 약세를 기록했다.
철강株 키맞추기 강세, 금융株 부진
중국관련주들중 전일 상대적으로 약했던 철강주들이 가격매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강한 흐름을 보였다.
POSCO가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를 등에 업고 1.87% 오른 것을 비롯해 고려아연(4.66%), 풍산(3.96%), 현대제철(3.49%), 휴스틸(3.37%), 만호제강(2.50%), 한일철강(4.91%) 등이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반면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없다는 실망감에 전일 급등했던 조선주, 해운주, 기계주들은 차익매물 압박을 받으며 줄줄이 하락했다.
현대중공업(-3.00%)과 대우조선해양(-6.31%), 삼성중공업(-1.96%), 현대미포조선(-5.35%) 등의 조선주와 STX팬오션(-6.47%), 대한해운(-4.59%), 현대상선(-4.97%), 한진해운(-3.94%) 등의 해운주들이 일제히 급락 반전했고, 간판 기계주인 두산중공업(-3.81%)과 두산인프라코어(-2.68%)도 차익매물에 시달렸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금융주들이 유독 약세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은행주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우리금융이 4.53% 내린 것을 비롯해 하나금융지주(-3.58%), KB금융(-3.11%), 신한지주(-2.28%), 외환은행(-4.28%), 대구은행(-4.48%), 기업은행(-2.29%) 등의 은행주들이 떨어졌다.
업종별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철강금속(2.01%), 전기가스(1.59%) 전기전자(1.58%), 통신(1.29%) 등이 올랐고, 은행(-3.38%), 건설(-2.70%), 기계(-2.62%), 운수창고(-2.56%), 운수장비(-2.21%) 등이 내렸다.
기타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경우 삼성전자(2.86%)와 한국전력(1.47%), SK텔레콤(2.45%), KT(0.79%), 신세계(3.33%) 등이 지수 방어에 공헌했고, 현대차(-1.39%)와 LG전자(-0.82%), KT&G(-1.30%), LG디스플레이(-1.48%) 등은 내렸다.
한편 대우차판매가 8천억원대의 자산재평가 차익 호재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현대백화점(6.48%)이 저평가 분석에 NHN(4.51%)이 장 마감후 중대 발표 소식에 각각 강세를 나타냈다.
혼조장세에서 양대시장 LED주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우리이티아이, 오디텍, 알에프세미, 알티전자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서울반도체(9.22%), 우리조명(9.22%), LG이노텍(5.04%), 에피밸리(5.08%), 루멘스(4.87%) 등이 큰폭 상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반도체/LCD검사장비 제조업체인 파이컴이 턴어라운드 기대로 상한가를 기록했고, 역시 LCD/반동체 장비업체인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은 LG전자의 경영 참여 소식에 상한가에 진입했다.
중국 모멘텀 하루만에 소멸
중국의 경기부양책 호재가 단발성 재료에 그칠 수 있다고 전일 말씀드린대로 전인대에서 발표된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새로울 것이 없었다. 새로운 것이 있었다고 해도 재료노출 부담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날이었다.
중국 구매관리지수(PMI)의 3개월 연속 개선을 통해 나타난 중국 제조업의 경기부양책 효과와 경기선(120일선) 위에서 돌아서는 중국증시의 견조함은 분명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제구실을 못하는 이상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나,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경기부양책 기대감 소멸에도 불구 이날 1% 오르며 선방했다. 추가 상승을 시도할 여지가 있지만 더 오른다고 해도 글로벌 증시의 동조화는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중국증시가 나홀로 원맨쇼를 하며 랠리를 펼치는 동안 뉴욕증시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던 것을 벌써 잊은 투자자들이 주위에는 적지않은 듯하다.
간밤 뉴욕증시는 750억불 규모의 주택차압방지책이 본격 가동된다는 소식에 주택시장 안정 기대와 함께 반등했다.
그러나 최근 연속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예견되는 시점이었고, 국제유가가 중국의 경기부양책과 관련된 원유수요 증가 기대로 올랐다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뉴욕증시는 전일 중국증시의 급등 영향을 상당부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훈풍이 단절된 이후 뉴욕증시가 자체 동력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인지를 고려해보면 다소 회의적이다.
증시 반등에 가려지긴 했지만 경기지표 악재들이 적지 않았다.
ADP 전미 고용보고서를 통해 나타난 지난 2월 민간부문 일자리 감소는 사상 최대규모였고, 美 연준의 베이지북은 "최근 2개월간 미국경제가 더욱 악화됐고, 신속한 경기회복도 당분간 어렵다"는 어두운 내용을 담았다.
경기하강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각종 지표들이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기고 있어 모멘텀이 쉽게 형성되기 어렵고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우려, AIG, GM문제 등도 여전히 해결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이날 현물시장에서 순매수로 돌아선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며 증시 추가 반등의 근거로 삼고 있지만 외국인의 스탠스는 미국증시 동향에 따라 언제나 가변적이다.
코스피시장이 1천선에서 멀리 달아나자 낙관론이 급히 부상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증시의 하락이 멈춘다고 해서 역동적인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는 시장 여건이 아니다. 과거 경기확장기의 주가 탄력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며 중립적 관점에서 증시의 추가적인 바닥다지기 등락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현재 상당수 우량주들의 경우 절호의 저가매수기회임에 틀림없다. 밸류에이션을 투자의 잣대로 삼는 장기 투자자의 경우 당연히 일일시황에 주눅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장기 투자할 요량으로 주식을 덜컥 매입해 놓고 매일매일 모니터를 보며 전전긍긍할 투자자라면 차라리 쉬는게 나은 시장이다.
당분간은 지수에 큰 기대를 걸기보다 LED주, 일부 우량 바이오주 등과 같이 모멘텀과 수급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가져보는 단기 트레이딩 전략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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