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5% 급락, 비트코인 4만 달러서 3만6000달러로
경기침체 없이 긴축 가능하다는 연준에 "그랬던 적 없다" 불신
국제유가 급등에 노동생산성 추락 등 인플레 압박 지속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63.09포인트(3.12%) 하락한 3만2997.97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53.30포인트(3.56%) 내린 4146.8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47.16포인트(4.99%) 급락한 1만2317.69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모두 2020년 이후 하루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고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두 번째 최악의 날로 집계됐다.
특히 기술주가 줄줄이 폭락세였다. 아마존이 7.56% 급락한 가운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각각 5.57%, 4.36% 하락했다. 테슬라는 8.32%, 엔비디아는 7.33% 떨어졌다.
시장은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자이언트 스텝 배제 발언으로 올해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지만, 하루 만에 줄줄이 하락하며 불안정한 장세를 보였다.
다른 금융자산에서도 투매 심리가 확대됐다. 미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3.1%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말 이후 2배가량 상승했고, 전날 4만 달러를 웃돌았던 비트코인은 하루 새 8% 넘게 하락하면서 3만7000달러 선이 붕괴했다. 변동성이 컸던 1월을 제외하면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연준의 시장 달래기에도 경기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전날 파월 의장은 FOMC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향후 회의에서 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75bp 인상은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계와 기업이 강력한 재정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경기 침체에 가까워진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연준은 실업률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회복할 좋은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경기침체 없는 긴축 행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무게가 쏠린다.
최근 알리안츠생명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시장 붕괴를 걱정하고 있으며 43%는 현재 시장에 돈을 넣기에는 너무 불안하다고 답했다. 특히 불안하다는 응답률은 지난해 1분기보다 9%포인트 늘어났다. 또 80%는 연말까지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의견도 비슷하다.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여지껏 미국에선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2% 넘게 낮춘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밀러타박은 보고서에서 “75bp 인상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해서 흥분해선 안 된다”며 자이언트 스텝 배제를 확신해선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브렌트유는 다시 110달러를 웃도는 등 국제유가가 상승세인 반면, 1분기 미 노동생산성은 전기 대비 7.5% 하락해 1947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박은 여전하다.
또 고용통계와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를 앞두고 있어 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남았다.
반다리서치의 비라즈 파텔 거시경제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달해 경기가 둔화하고, 이로 인해 연준이 그렇게 매파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려면 경제지표에서 더 많은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