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천연가스 가격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 상장된 천연가스 상장지수증권(ETN)의 수익률도 천차만별로 갈라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천연가스 레버리지 ETN 3종은 전날 일제히 상장 이후 최고가를 썼다.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는 전 거래일 대비 23.68% 오른 5만6075원에 거래를 마쳤다.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H)’과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도 하루 동안에만 각각 23.26%, 23.11% 급등했다.
해당 ETN 3종은 천연가스 선물 가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여파로 천연가스 가격이 연일 고공 행진하면서 수익률도 덩달아 뛰고 있는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5일(현지시각) 100만BTU당 8.783달러까지 오르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유럽의 움직임이 미국산 천연가스 수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냉방용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천연가스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과 재고량은 모두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가격 불안은 커지고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천연가스 레버리지 ETN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천연가스 가격이 올해 들어 140% 가까이 오르는 동안 삼성 레버리지 ETN과 신한 레버리지 ETN은 각각 404.50%, 401.70% 폭등했다. TRUE 레버리지도 370.09%나 올랐다.
반대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손실이 나도록 설계된 곱버스 ETN의 수익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오를 때 일일 수익률의 2배만큼 손실이 나는 천연가스 곱버스 ETN 4종(△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 △TRUE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은 연초 대비 평균 -89.43% 하락했다.
지난 4일에는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가 종가 기준 950원까지 떨어지면서 ‘장 종료 시점 지표가치가 1000원 미만인 경우’로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했다.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조기청산 요건을 만든 2020년 7월 이후 처음 적용된 사례다.
그러나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단기간에 안정을 찾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안정은 기대인플레이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하반기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에너지 가격은 불확실한 지정학적 리스크 환경을 고려했을 때 쉽사리 변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