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막중한 과제들을 안고 국정을 시작했다. 우선 대선을 거치면서 극대화된 국론 분열을 수습하고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임무가 무겁다. 대통령 당선의 밑바탕이었던 정권심판론 자체가 갈등에 기반을 둔 만큼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반대편을 끌어안는 리더십이 필수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계층, 세대, 젠더, 이념 갈등의 골을 어떻게 메울지를 고민해야하는 이유다.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으로 어려움에 빠진 민생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도 급하다. 코로나 과정에서 심화된 소득 양극화와 자산 불평등도 해결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윤 정부는 30조원 중반대 규모의 2차 추경을 편성해 ‘온전한 손실보상’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금융 긴축에 나서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에너지·식량 가격 급등은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공급망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통제불가능한 변수로 꼽힌다.
부동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정부의 최대 실정 중 하나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는 잠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근본원인인 공급부족이 해결되지 않은데다 과도한 세금과 규제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를 통해 약속한 주택공급 확대와 부동산 세 부담 완화의 조속한 실행을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와 가격불안정이라는 위험요소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찾아갈지가 관건이다.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는 오는 8월 전셋값 폭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내치’에서는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168석의 거대 야당으로 변신한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에 나서야 한다. 입법권을 틀어 쥔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윤석열 정부가 구상하는 국정운영을 구현할 해법을 풀어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장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비롯한 내각 출범 문제부터 민주당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직접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 주변 정세 관리가 가장 큰 도전과제다. 북한은 최근 잇따른 무력 시위로 한반도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올해만 15번의 실력 행사에 나선 북한은 약 5년 만에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 상태다. 윤 대통령도 10일 0시를 기해 군 통수권을 넘겨받으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대화의 기회를 모색해야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이는 오는 21일 열리는 첫 한미정상회담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긴밀한 공조 체제를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에 대화와 협상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일본과의 관계 재설정도 필수다. 한미 간 밀착을 견제하는 듯한 중국과는 유연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고,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경색국면을 풀어낼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정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