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있는 아이들도 꽤 있었다. 유모차와 만삭의 배를 쓰다듬고 있는 임신부도 보였다. 몇몇은 꽤 전문적인 장비로 입구 전경을 담고 있었다.
외국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반려견 입장도 허용돼 청와대 일대를 쏘다니는 강아지를 보며 “우리 애도 데려올 걸...”하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렸다.
청와대 방문객 입장은 영빈문 뿐만 아니라 본관 측 정문, 춘추관 쪽에 있는 춘추문 등에서도 이뤄진다.
영빈문을 들어서면 곧바로 영빈관이 나오지만 방문객들은 오른쪽에 마련된 안내 책자를 받기 위해 종합안내소로 향했다. 입장은 여러 줄로 나뉘어 질서정연하게 진행됐으나 종합안내소 책자 배부는 그렇지 않아 잠시 혼잡이 빚어졌다.
큰 건물인 탓에 영빈관 가까이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던 시민 중 일부는 “카메라에 건물이 다 안 담긴다”며 한참을 뒤로 가기도 했다.
영빈관 오른편에 마련된 통로를 통해 청와대 본관과 대정원으로 이동했다. 몇몇 방문객은 본관으로 이동하는 오르막길 뒤로 영빈관, 인왕산 일부가 보이는 전경이 펼쳐지자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본관 건물의 파란 지붕을 보며 ‘청와’의 뜻을 설명하는 어머니와 이를 흥미로운 눈으로 들으며 대답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너도나도 스팟을 잡아 사진을 찍고 있어 카메라 피해 다니는 게 일이었다. 사진에서는 새파랗게 보였던 본관 지붕은 에메랄드빛에 더 가까웠다.
소정원을 지나면 청와대 경무대(구 본관) 터가 나온다. 경무대는 1939년 일제가 총독관사로 건립한 건물로, 해방 후 미군정 사령관 숙소와 이승만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로 사용됐으나 1990년과 1991년 관저와 본관 건물이 차례로 완공되며 쓰임새를 잃었다. 이후 1993년 철거되며 옛 지형으로 복원됐다.
구 본관 터 옆에는 관람객 휴게실이 자리했다. 그러나 내부에는 간이 의자만 몇 개 놓여 있었고, 정수기 물통 역시 비어 있었다.
문을 넘어 들어선 관저는 본채, 사랑채, 별채로 구성돼 고즈넉한 한옥 양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한 입장객은 인수문과 그 안으로 보이는 관저를 보고는 “대궐같이 해뒀다”고 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혼자 여기서 지냈으니 외로웠겠다”고 평했다. “윤석열은 이런 곳을 마다해버렸으니...”라는 등 혀를 차며 관저를 나서는 사람도 있었다.
또 다른 입장객은 “그저께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던 곳인데 보고 있으니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저 마당에는 텃밭과 화분이 남아 있는 등 아직 생활 내가 남아있었다. 개방 첫날에는 본채 창문을 들여다보거나 마당에 놓인 의자 한 쌍에 앉을 수 있는 등 더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었지만, 이날은 관저 마당에 들어갈 수 없었고, 관저 건물에서도 5~10m가량만 접근할 수 있게 통제해둔 상태였다.
오운정은 경복궁 후원에 휴식을 위해 지은 정자로 본래 더 아래에 있었지만, 1989년 새 관저를 지으며 관저 뒤편으로 이전됐다. 사방에 문을 내 문을 낸 형태로, 현재는 모든 문을 닫아 내부를 볼 수 없게 돼 있다.
미남불은 보물 제1977호로 자비로운 얼굴과 균형 잡힌 신체, 풍부한 양감 등으로 인해 ‘미남불’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본래 경주에 있었으나 1913년 일제에 의해 총독 서울로 옮겨졌다. 불상을 보며 합장하는 입장객이 눈길을 끌었다.
성곽로를 따라 청와대 외곽을 돌면 다시 영빈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때 본관도 접하게 되는데, 접근이 제한된 본관 뒤편을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된다.
이날 청와대 관람을 위해 전날 부산과 울산에서 올라왔다는 입장객들은 “(청와대가) 개방하니 참 좋다”며 “관저가 대궐처럼 돼 있어 참 좋긴 한데 너무 깊은 곳에 있어서 확실히 소통이 어려워 보인다”고 평했다. 또한, “넓은 관람 경로에 비해 물을 마시는 등 쉼터 공간이 없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한편, 본관과 관저, 영빈관 등 청와대 내 시설 내부 입장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개방 전날까지 업무가 이뤄졌던 공간들인 만큼 집기 이전과 내부 정비에 시간이 필요하고, 그 외 시설들도 훼손을 막기 위해 정비를 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의 설명이다. 내부 정리 및 정비가 끝나면 내부 공개도 할 방침이라고 TF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