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 실효성 없어” 쓴소리도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드라기 총리는 이날 취재진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현재 글로벌 에너지 시장 구조의 문제점과 원유, 천연가스 가격 제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전날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적 타격 관련 입장을 조율했다.
드라기 총리는 현재 “글로벌 에너지 시장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견해를 같이 했다”며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을 제한하는 일반론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에너지 가격에 상한을 두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언급했다. 석유 소비국들이 카르텔을 구성하거나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설득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미국은 급등한 유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비축유를 방출하며 대응했지만, 브렌트유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다. 유가 고공행진에도 OPEC과 비OPEC 산유국 회의체인 OPEC 플러스(+)는 미국 정부의 증산 요청을 무시하고 5월 하루 43만 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40만 배럴 규모를 유지한 것이다.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가스 수입량의 40%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체처를 모색하고 있다. 로베르토 친골라니 이탈리아 에너지 전환부 장관은 이탈리아가 내년 말까지 러시아 가스 사용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드라기 총리의 석유 소비국 카르텔이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워싱턴 소재 컨설팅업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의 케빈 북은 “석유 소비국 카르텔 회원들이 공동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실행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극단적인 제안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많은 나라에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한편 드라기 총리는 “대러 제재 위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식 발표가 없다”며 “이미 대부분 수입업체가 러시아 가즈프롬에 루블화 계정을 연 상태”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제재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고 쓴소리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