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경안의 특징은 역대 최대 규모 추경안이지만 추가 국채발행 없다는 것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적자 국채발행 없이 추경안을 마련함에 따라 금리, 물가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것으로 판단되며 국가채무비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50.1%에서 49.6%로 개선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약 60조 원에 달하는 추경안이 국채발행 없이 가능했을까요. 추경호 부총리는 "올해 3월까지의 국세실적을 바탕으로 징수기관과 외부 전문가 등이 함께 논의한 결과, 주요 거시변수의 변화, 전년도 법인실적 호조 등으로 인해 총 53조3000억 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가정을 예로 들면 갑자기 100만 원 정도 꼭 돈 쓸 곳이 생겼는데 마침 올해 100만 원 정도 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빚을 안 지고 돈을 쓸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초과세수가 53조3000억 원이나 더 걷힌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한 경제전문가는 "일단 올해 국세 예상 수입이 343조인가 되는데, 53조 초과로 더 걷힐 예정이라면 오차가 15% 정도 된다"며 "이런 세수추계를 한 기재부 세제실 공무원들은 다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재부가 세수추계를 잘못한 것은 사실 올해만이 아닙니다. 지난해도 세수추계가 틀려 60조 원 가까운 초과세수가 발생했고 감사원 감사는 물론 세제실 최고위급인 세제실장은 징계성 인사조치를 당했습니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올해 세수를 전망할 때와 달라진 환경을 탓했습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급변하고 환율·유가 등 주요 거시경제 변수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지난해 세수추계 실패로 올해 2월 세수추계 방식을 개선하면서 매를 미리 맞고 국채 발행 없는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전문가들은 초과세수에 따른 추경 이후를 걱정합니다. 초과세수는 올해 말까지 걷어야 할 돈인데 당장 재정은 지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걷히지도 않은 초과세수를 쓸 방법은 △단기 적자 국채를 필요한 만큼 발행하고 연말에 초과세수 들어오면 상환 △한국은행에서 빌리고 나중에 상환 △다른 재정 사업에서 당겨오고 나중에 돈 들어오면 사업집행 세 가지가 있습니다. 현재로써는 세 번째 방법이 유력합니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선 이번에 감액된 사업은 향후 우선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까지는 초과세수가 역대급이었지만 올해 경기가 반영될 내년이 걱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11일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는데,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 우려에 산업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출과 물가, 환율, 증시 등 모든 경제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위기)’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긴축재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초과세수 운운하는 작년과 올해가 내년에 볼 땐 '아, 행복한 고민이었구나'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