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초과세수에 국채 발행 없는 역대급 추경 의미는

입력 2022-05-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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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2022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윤석열 정부가 12일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놨습니다. 54조9000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추경안입니다. 지난해 2차 추경이 34조9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는데 무려 20조 원이나 늘어난 것입니다.

이번 추경안의 특징은 역대 최대 규모 추경안이지만 추가 국채발행 없다는 것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적자 국채발행 없이 추경안을 마련함에 따라 금리, 물가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것으로 판단되며 국가채무비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50.1%에서 49.6%로 개선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약 60조 원에 달하는 추경안이 국채발행 없이 가능했을까요. 추경호 부총리는 "올해 3월까지의 국세실적을 바탕으로 징수기관과 외부 전문가 등이 함께 논의한 결과, 주요 거시변수의 변화, 전년도 법인실적 호조 등으로 인해 총 53조3000억 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가정을 예로 들면 갑자기 100만 원 정도 꼭 돈 쓸 곳이 생겼는데 마침 올해 100만 원 정도 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빚을 안 지고 돈을 쓸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초과세수가 53조3000억 원이나 더 걷힌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한 경제전문가는 "일단 올해 국세 예상 수입이 343조인가 되는데, 53조 초과로 더 걷힐 예정이라면 오차가 15% 정도 된다"며 "이런 세수추계를 한 기재부 세제실 공무원들은 다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재부가 세수추계를 잘못한 것은 사실 올해만이 아닙니다. 지난해도 세수추계가 틀려 60조 원 가까운 초과세수가 발생했고 감사원 감사는 물론 세제실 최고위급인 세제실장은 징계성 인사조치를 당했습니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올해 세수를 전망할 때와 달라진 환경을 탓했습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급변하고 환율·유가 등 주요 거시경제 변수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지난해 세수추계 실패로 올해 2월 세수추계 방식을 개선하면서 매를 미리 맞고 국채 발행 없는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전문가들은 초과세수에 따른 추경 이후를 걱정합니다. 초과세수는 올해 말까지 걷어야 할 돈인데 당장 재정은 지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걷히지도 않은 초과세수를 쓸 방법은 △단기 적자 국채를 필요한 만큼 발행하고 연말에 초과세수 들어오면 상환 △한국은행에서 빌리고 나중에 상환 △다른 재정 사업에서 당겨오고 나중에 돈 들어오면 사업집행 세 가지가 있습니다. 현재로써는 세 번째 방법이 유력합니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선 이번에 감액된 사업은 향후 우선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까지는 초과세수가 역대급이었지만 올해 경기가 반영될 내년이 걱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11일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는데,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 우려에 산업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출과 물가, 환율, 증시 등 모든 경제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위기)’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긴축재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초과세수 운운하는 작년과 올해가 내년에 볼 땐 '아, 행복한 고민이었구나'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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