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고 지난 13일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당장 발등에 불인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비롯해 중기업계 불공정 관행 바로잡기, 벤처업계 규제 해소 등 적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다. 새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 이 장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하고, 누적된 현안들의 해답을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영 장관은 지난 13일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집행 상황에 대한 보고를 시작으로 업무에 들어갔다. 이 장관은 지난 11일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12일 장관에 임명됐다. 임명 뒤 첫 주말 인사청문회 준비 당시 보고받았던 부처 전반에 대한 내용을 재검토 했다.
이 장관이 해결해야 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소상공인 손실보상이 꼽힌다. 특히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이번 추경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가장 큰 숙제다. 앞서 지난달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551만 개 업체에 차등 지급으로 최대 600만 원을 주는 손실보상 방안을 발표했지만 대선 1호 공약을 파기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지급 대상을 370만 명으로 줄이면서 1인당 최소 600만 원, 최대 1000만 원 지급으로 선회했다. 소급적용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19 피해를 지원하는 온전한 손실보상이 되려면 소급적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상공인 정책을 꾸리는 이 장관도 소급적용에는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 때 이 장관은 “건의를 하거나, 중기부 사업 안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겠다”면서도 “중기부의 정해진 예산 안에서 필요성을 느꼈을 때 의지표명을 할 수 있다. 재정당국도 아니고 그 정도가 제가 드릴 수 있는 책임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이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납품단가연동제 도입도 부담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이 장관은 중소기업이 납품단가의 제값을 받는 제도인 납품단가연동제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그간 자율에 맡겼는데 20년이 넘은 고질적인 문제라 시장에서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모든 조건은 자율에 맡기지만 반드시 그것을 행해야 된다라는 것 정도는 중기부 이름으로 입법화를 추진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새 정부의 도입 의지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연동제 도입 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인수위 역시 납품단가 연동제의 필요성에 공감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 대신 해외 업체와 손을 잡거나 중소기업이 원가절감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새 정부는 원자재 가격 변동을 납품단에 반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가 법제화 대신 모범계약서 도입을 발표한 건 이 때문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제도 도입에 소극적인 반면 중기업계에선 대·중소기업간 수직적 거래관계와 불공정 관행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이 장관의 중간 역할에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이 장관은 납품단가연동제를 비롯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전반적으로 바로잡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손실보상 후 이뤄져야 하는 소상공인의 회복과 폐업 지원,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해소 등의 짐도 짊어지고 있다.
이 장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고 듣고 느꼈던 산업현장의 많은 고민과 눈물을 기억하며 중기부 직원 모두와 합심해 반드시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이 장관은 16일 취임식을 갖고 중기부 장관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