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채권형 펀드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고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국채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거란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30조3506억 원으로 최근 한달 새 6687억 원 줄었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2221억 원이 줄었다. 3개월 전 보다 4749억 원 늘었고, 연초 대비해선 2400억 원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이탈세로 전환한 모습이다.
특히 최근 한달 간 국공채(-1601억 원)와 일반채(-7904억 원)의 감소폭이 컸다. 회사채는 2868억 원이 늘면서 선방했다.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달 사이 758억 원이 감소했고, 올해 초 대비해선 6005억 원이 빠져나가면서 4조4311억 원을 기록 중이다
저조한 수익률이 투심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올해 초 이후 국내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은 -1.36%다. 국공채(-3.11%), 회사채(-0.80%), 일반채(-1.03%) 등이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다만 최근 한달 사이엔 국내채권형(0.57%), 국공채(0.81%), 회사채(0.64%), 일반채(0.51%) 등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채 금리의 연이은 상승세가 채권형 펀드 시장의 자금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값 떨어지면서 채권 펀드 수익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국고채 3년물은 전 거래일 대비 0.090%포인트 오른 3.001%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은 2월 부터 3월 중순까지 2%대를 기록했으나 이후 오름세가 이어졌다. 이달 들어선 3%대를 기록하다 소폭 내렸으나 재차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고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계속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빅 스텝’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상승세가 꺾이긴 했으나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상태다.
금투협 관계자는 “추경관련 국고채 수급 부담이 완화 됐음에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과 연준의 긴축 가속화, 이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으로 큰 폭의 상승이 시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발맞춰 국내 금리가 계속 상승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채권형 펀드의 유출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리가 정점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늘고 있지만 남은 불확실성 확인까지 쉽사리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아직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 내외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해야 하고,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노력이 통화정책에는 부담”이라고 전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 금리가 5월 50bp 인상과 올해 추가로 2회 더 빅 스텝 인상 등을 통해 올해 연말에는 상한 기준 2.75%가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1분기 추가 인상을 더해 3.00%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