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상장지수펀드(ETF)’다. 순매수액은 6억9367만 달러(약 8904억 원)로, 1~3월 전체 순매수 규모(5억6116만 달러)를 웃돈다. 가격이 내려갈수록 매수세는 강해지고, 반대로 수익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 ETF는 1분기에만 -42.98% 하락한 데 이어 최근 한 달 반 동안 -42.01% 떨어졌다.
나스닥100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도 올해 들어 서학개미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해당 ETF는 지난달부터 -45.63% 하락해 1분기(-30.05%)보다 큰 낙폭을 기록했다. 최근 나스닥지수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레버리지 ETF의 변동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순매수 상위 종목 중 1분기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낸 테슬라도 지난달부턴 부진하다. 서학개미는 1~3월 테슬라를 10억272만 달러 순매수했다. 테슬라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2월 760달러 선까지 떨어진 이후 바닥을 다지고 3월 말에는 1000달러 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다시 하락세를 타면서 지난달부터 -28.5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을 비교하면 더욱 처참하다. 서학개미가 1분기 가장 많이 사들인 10개 종목의 3개월 수익률 평균은 -14.54%에 그친 반면 4~5월 평균 수익률은 -40.88%에 달했다.
해외주식형 펀드에도 자금 유입과 투자 손실이 함께 관찰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 기준 해외주식형 펀드에는 최근 한 달간 1조536억 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에 3957억 원이 유입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익률은 해외주식형 -8.21%, 국내주식형 -5.33%로, 해외주식형 펀드가 비교적 큰 손실을 내고 있다.
서학개미가 저조한 수익률에도 순매수ㆍ순유입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원ㆍ달러 환율 수준이 여전히 1200원대 후반에 머물고 있어 저가 매수 전략마저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전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환율이 다시 1200원대 아래로 내려가면 환차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원ㆍ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8% 가까이 급등하며 1300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공격적 통화정책 기조가 달러 강세를 유발하면서 위축된 투자심리와 상승 기대가 달러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