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친구 힘 빌어 공급망 혼란 극복한다…주목받는 ‘프렌드 쇼어링’

입력 2022-05-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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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공장 이전 ‘오프쇼어링’ 대안으로 부상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거래를 제한하는 방식
삼성전자, 갭,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도 동참
국제사회 주변국이던 중미 신흥국들 수혜

▲중국 칭다오 항구에서 13일 컨테이너선이 정박하고 있다. 칭다오/신화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사태에 세계화의 상징이었던 ‘오프쇼어링(해외로 공장 이전)’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러나 각국이 자급자족을 추진하는 것도 한계를 느끼는 게 현실이다. 이에 미국과 동맹국들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만 거래를 제한하는 새로운 종류의 글로벌 무역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바로 ‘프렌드 쇼어링’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아시아·태평양에 있는 동맹국들은 우방국을 통해 유통되는 필수 상품에 대한 새로운 생산과 거래 채널을 촉진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나섰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무역 분쟁 등 여러 혼란이 벌어진 가운데 나왔다.

프렌드 쇼어링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본격적인 세계화와 고립주의, 오프쇼어링과 국내 생산 사이의 절충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연설에서 “신뢰할 만한 많은 국가에 대한 프렌드 쇼어링을 선호한다”며 “이는 시장 접근을 안전하게 확장하게 해 국가 경제와 무역 동맹국에 대한 위험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무역분쟁을 겪으면서 주변 동맹국과의 유대 관계를 더 강화하려 하고 있다. 최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워싱턴D.C.에서 호주 정부 관계자와 기업 경영진을 만나 호주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지원책을 약속하며 무역 증진을 꾀했다.

프렌드 쇼어링은 이미 반도체와 희토류를 취급하는 산업계에서 진행 중이다. 국영기업뿐 아니라 사기업들도 합류해 상대적으로 물류와 정치적 위험이 낮은 국가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러 기업 가운데 WSJ는 삼성전자와 갭(Gap), 인텔, 아마존 등을 대표적으로 언급했다.

미국이나 유럽뿐 아니라 신흥국들이 몰려 있는 중미 국가들도 최근 프렌드 쇼어링 혜택을 보고 있다. 갭과 월마트, 아마존 등 소매업체들이 이들 기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덕이다.

특히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는 최근 글로벌 의류 기업이 선호하는 새 정착지로 각광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갭은 내년 중으로 전 세계 생산량 가운데 해당 지역의 점유율을 기존의 두 배인 10%로 확대하고 최종적으로는 25%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중미 국가의 직물 품질과 노동력 가용성은 중국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평을 받지만,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낮은 관세 혜택이 적용된다는 이점과 미국 소비자와의 접근성 등을 이유로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국 내에선 프렌드 쇼어링이 자국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내 생산을 가속하기보다 더 많은 역외 활동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생산처를 옮기는 게 또 다른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 시절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을 지낸 제이미슨 그리어는 “프렌드 쇼어링은 일종의 세계화 아류작과 같다”며 “자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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