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도 1만 달러 돌파, 장단기 동시 상승은 이례적
수요 늘었지만, 탈탄소 여파에 공급 줄어든 탓
최근 신규 광물 개발 건도 없어 문제 장기화 조짐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3개월물 선물 가격은 3월 한때 톤당 1만845달러(약 1393만 원)까지 치솟아 최고치를 경신했다. 동시에 10년물 가격도 1만 달러를 돌파했다.
보통 10년물과 같은 장기물 가격은 장기 프로젝트를 하는 광산업체에 한정돼 거래되기 때문에 단기간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단기물 가격이 급등해도 장기물 가격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2011년 2월 3개월물이 1만 달러를 돌파했던 당시 10년물이 7000달러 안팎에 머물던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3개월물이 최고치를 기록한 후 곧바로 10년물이 추격하면서 두 가격 모두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기물 가격의 이례적인 상승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는 무관하게 시장이 장기적인 수급 압박을 받는 것이라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특히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 기온을 1.5도 이상 오르지 않게 하려는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탈 탄소 정책이 세계 곳곳에서 시행된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수요가 공급을 추월한 상황에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전 세계에 필요한 구리는 연간 550만 톤에 달하지만, 최근 1년간 전 세계에서 눈에 띌 만한 신규 광산 개발은 없었다. 탈탄소 정책과 더불어 광산 개발 투자 비용도 급증하면서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의 사이카이 마리 연구원은 “구리 주산지인 칠레의 광산 개발 비용은 1990~2000년대 많아야 20억 달러 정도였지만, 2014~2023년에는 최대 70억 달러로 늘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현 상황은 재생에너지나 전기차 생산에 있어 많은 구리를 필요로 하는 자동차업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생산에 투입되는 구리 규모는 2030년에 지난해 대비 2030년 3.8배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년간 반도체 조달로 고생했던 업계는 이제 새로운 문제를 겪을 위기에 처했다.
닛케이는 “설령 조건에 맞는 광산이 기적적으로 발견됐다 하더라도 발견에서 생산에 도달하기까지 평균 10~15년이 걸린다”며 “전문가는 향후 10년 정도는 구리 부족 문제를 메우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