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마스크 들썩들썩...‘임 행진곡’ 제창
여야의 엇갈린 반응...“광주 민심도 팽배”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이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제창했다. 당정이 광주로 총출동한 데 이어 한 번 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민주의 문’ 앞은 소란스러웠다. 사단법인 5ㆍ18 민중항쟁구속자회ㆍ오항동상조회는 ‘민주의 문’ 앞에서 ‘정부와 국회는 5ㆍ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했다. 이들은 ‘보훈급여금이 없는 허울뿐인 유공자’라며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 앞에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서일준 의원이 일찍이 도착해 기념식에 참석하는 내빈들과 시민들을 맞았다.
오전 9시 30분께 윤호중ㆍ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기념식장에 도착했다. 곧이어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들 100여 명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민주의 문’을 통해 입장했다.
오전 9시 50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도착해 민주의 문으로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입구에서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매년 기념식에 참석한다는 황화숙 씨(만 69세)는 “오늘 같이 (의원들이) 참석을 많이 해준 것은 없었다. 오늘은 일반 시민들보다 정치권에서 더 많이 온 것 같다”며 “더 바랄 것도 없고, 오늘 같이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 추모탑 앞에서 헌화ㆍ분향을 했다. 이후 기념식은 경과보고, 추모공연, 기념사, 기념공연 등 순으로 약 50분 동안 진행됐다.
기념식의 묘미는 기념식의 마무리 식순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었다. 윤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섰다. 서로 양손을 잡고 아래, 위로 흔들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주먹을 어깨높이로 들고 아래, 위로 흔들었다. 노래를 힘차게 부르는 듯 마스크가 들썩들썩하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 윤호중ㆍ박지현 위원장, 여영국 대표도 주먹을 쥔 손을 흔들면서 행진곡을 제창했다. 대부분 의원들이 정면을 응시한 채 오른손 주먹을 쥐고 아래, 위로 흔들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준석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저희 당이 이제 2년 가까이 해왔던, 호남에 대한 진정성이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오늘, 우리 당 모든 의원님들이 5ㆍ18 기념식에 와서 같이 기념하는 상황을 2년 전에 누가 예상했겠냐”며 “정말 감개무량하고 앞으로 퇴행하지 않는 불가역적인 변화였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해선 “오늘 당 차원에서 다 같이 제창하자고 한 방침을 정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지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여당 의원들의) 참여가 보여주기 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 정신을 이어갈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5ㆍ18을 왜곡한 김진태 후보 사퇴가 첫 번째로 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이어 “5ㆍ18을 기리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들 반응도 엇갈렸다. 충청도 논산에서 온 장옥경 씨(만 62세)는 “(대통령 비롯 보수 정당 의원들 참석은) 억울하게 순직한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본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해결을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사람들(5ㆍ18 희생자들) 마음 안 아프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는”이라고 말했다.
광주 출신 장찬규 씨(만 69세)는 “여야가 서로 합의해서 이렇게 행사도 와주고 하는 게 감사한 일”이라며 “대통령이 돼서 참석해준다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이 컸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월남 참전 유공자인 김금용 씨(만 77세)는 “장관 인사에서 전라남도만 배제시켰다”며 “그것부터가 편파적인 것 아닌가. 호남 사람을 지명해줘야 낙후된 광주를 더 살려줄 것 아니에요”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공자 카드를 보여주며 “명예만 ‘유공자’라고 올려 놓고 보상금이 일체 없다”며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