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째 서울에서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직장인 김MZ씨는 최근 독립을 후회하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고 마시고 보는 데 쓰는 재화, 서비스 가격이 줄줄이 올랐기 때문이다. 직장인 필수 ‘수혈템’ 커피는 물론 출퇴근길을 달래주는 OTT구독 요금까지 올라 간단한 취미마저 돈이 더 들게됐다.
어쩌다 한번 주말에 친구와 외출이라도 하면 통장은 금세 ‘텅장’이 돼버린다. 엔데믹 훈풍에 오랜만에 찾은 영화관은 가격이 올라있었고 어렵계 예약한 주말 호텔뷔페 런치 역시 가격이 뛰었다. 치솟는 물가에 ‘월급 빼고 다 오르네’란 말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곡물 가격 상승에 더해 엔데믹 기조가 물가상승을 압박하며 1인 가구의 장바구니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주로 집근처 소형 편의점 등에서 가공식품을 구매하고 구독경제를 즐기는 등 이들의 소비가 쏠리는 대다수 물품, 서비스 가격이 일제히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일, 주말 외출 시 씀씀이가 올해 전부 두 자릿수 뛰었다.
22일 이투데이가 소비자 참가격, 가공식품 가격 현황 등을 분석해 1년 전과 현재의 평일, 외출 시 장바구니 물가를 비교한 결과 각각 14%, 16% 늘었다. 1년 전 평일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 ‘치맥’을 즐기며 OTT를 관람하려면 5만7900원에 해결할 수 있었다. 반면 현재는 6만5000원을 웃돌게 지출해야 한다. 호텔뷔페, 영화관람 등 외출 시 올해는 20만 원 가까이 든다.
소비자물가 상승세도 가파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올랐다. 지난 3월 4.1%로, 10년 3개월 만에 4%를 넘었다. 소비자물가가 2개월 연속 4%대를 기록한 건 2011년 11~12월 이후 처음이다. 외식물가 역시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4월 기준 외식물가는 두 달 연속 6.6% 올랐다. 지난 2월 6.2% 이후 석 달 연속 6%대 상승률이다.
1인 가구 체감 물가는 훨씬 비싸다. 이투데이가 분석한 평일 1인 가구 가계부를 보면 가공식품은 물론 프랜차이즈 커피, 치킨 가격부터 이커머스 및 OTT 구독 멤버십 가격까지 1년 전과 비교해 줄줄이 올랐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현재 4500원으로 전년 대비 400원, 저가호환 편의점 컵커피 역시 기존 1000원에서 1300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직장인들의 퇴근 후 야식 소울메이트 ‘치맥’도 3만 원대를 돌파했다. 편의점 맥주 4캔은 기존 1만 원에서 1만1000원으로 뛰며 '맥주 4캔=1만 원' 공식이 깨졌다. BBQ를 필두로 프랜차이즈 치킨업체가 줄줄이 가격을 올리며 치킨 2만 원 시대가 열렸다. OTT 구독서비스 대표주자 티빙 요금도 기존 7900원에서 9000원으로 14% 뛰었고, 1인 가구의 동반자 쿠팡 와우멤버십 회비는 70% 폭등했다.
영화관 나들이도 비싼 취미가 됐다. 극장가는 코로나19 이후 티켓값을 2000원 이상 줄줄이 인상했다. 이벤트처럼 한번 가볼만 했던 호텔뷔페 런치도 즐기기 부담이다. 막힌 하늘길을 대체하며 소비 심리가 쏠렸던 호텔뷔페 주말런치 가격은 신라호텔 기준 1년 전 12만2000원에서 올해 14만5000원으로 19% 가까이 올랐다.
외출 대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일도 버거워졌다. 돼지고기, 달걀 등의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삼겹살 300g 기준 가격은 1년 전 7500원에서 올해 8790원으로 17% 올랐고, 달걀 역시(풀무원 동물복지목초란 대란) 7490원에서 7800원으로 비싸졌다. 프랜차이즈 커피 대체품이었던 캡슐커피도 캡슐당 650원에서 690원으로 올랐다.
문제는 가격 인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분간 가공식품 등 식자재 가격 인상은 물론 엔데믹이 경기 수요 회복을 자극하면서 외식물가도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료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고, 외식 자영업자들은 재고 소진 후 부담이 되더라도 식자재 구매를 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거리두기 완화도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 추가 상승 요인은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