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안보·기술동맹 새 지평 연 한미정상회담

입력 2022-05-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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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기존 안보동맹이 더 격상된 ‘경제안보·기술동맹’ 수준으로 확장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기자회견과 공동성명을 통해 전방위적이고 포괄적인 전략동맹으로의 발전을 위한 합의내용을 밝혔다.

두 정상은 우선 안보동맹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미국이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등 모든 방어역량을 사용한 확장억제에 나설 것을 분명하게 천명했다. 북의 핵에 핵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의 완전한 비핵화가 공동목표로 빈틈없는 공조를 거듭 강조하고, 양국이 2018년 중단됐던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곧 재가동키로 했다. 북에 공고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각인시키면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경고와 다름없다.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합의가 주목된다. 한국의 제조능력과 미국의 원천기술 역량 등 양국이 비교우위를 활용한 첨단 반도체,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AI), 양자(量子) 기술, 바이오 기술, 로봇 등 핵심기술 보호와 진흥을 위한 민관협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경제와 안보의 융합시대에 경제안보와 기술동맹을 실질적으로 발전시켜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처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한·미 양국 국가안보실의 협력채널로 ‘경제안보대화’를 만들어 정책적 접근방식을 조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미국 주도로 곧 출범하는 포괄적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네트워크(IPEF)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디지털·공급망·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통상 의제에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 일정으로 윤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부터 방문해 한미 기술동맹의 의지를 강조했다. 여기에 양국 정상은 탄소제로의 핵심적이고 신뢰할 만한 수단인 원자력 협력을 확대해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 및 글로벌시장 공동진출을 가속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속가능한 성장 및 금융안정을 위해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합의 또한 특기할 만하다. 선도적 원전기술 협력체제 구축과 함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환율 안정을 위한 양국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논의의 청신호로 기대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새로운 발전적 지평을 여는 전환점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북한에 대한 접근방식을 둘러싼 이견과 한미연합훈련 차질 등으로 삐걱거렸던 안보동맹의 훼손 우려를 해소하고 복원한 의미가 크다. 나아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협력 단계를 훨씬 뛰어넘어 경제안보와 기술, 공급망을 망라해 글로벌 전략과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진전하는 최고 수준의 동맹을 구체화했다.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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