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집수리 봉사를 받은 이한희(93) 씨는 "구청에서 보내준 곰팡이 제거제를 사용했지만 없어지지 않아 고생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씨가 살고 있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빌라는 1995년에 지어졌다. 이 씨를 돌보는 원미숙 요양보호사는 "지하다 보니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 사람을 좋아해 주변 지인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곰팡이가 심한 곳에 모이는 게 신경 쓰였다"며 "동주민센터에서 봉사단체를 연결해줬다"고 말했다.
이날 이 씨의 자택은 집수리를 위해 방문한 맥가이버자원봉사자들 북적였다. 봉사자 7명은 능숙한 솜씨로 낡은 벽지와 장판을 뜯어내며 빠르게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맥가이버봉사단은 2009년 출범해 지역 내 저소득가정의 도배‧장판‧전등 교체와 보일러 수리 등 집수리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집수리 봉사활동은 500회를 돌파했다.
취약계층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도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수리하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에 구로구는 취약계층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봉사단체와 함께 집수리 봉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는 동주민센터, 관내 복지관 등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홀몸어르신 등 대상 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역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봉사 일정을 잡는다.
이날 봉사활동에 나선 신광호(81) 맥가이버봉사단 부단장은 "힘들어도 깨끗해진 집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봉사 받은 분들이 고맙다며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면 피로가 싹 풀린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집수리 봉사활동에 참여한 신 부단장은 "언덕이 심한 곳에 살던 장애인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거동이 불편하고 의사소통이 안됐다"며 "어떻게 사람이 살았나 싶을 정도로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정부의 도움이 닿기 힘든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더 찾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봉사자들은 대가 없이 재능기부를 통해 집수리에 참여하고 공사에 필요한 장판, 벽지 등 물품 구입비는 구청과 복지관에서 부담한다. 집수리 1회당 30만~70만 원의 재료비가 들어가는데 구청 50%, 티뷰크사회복지재단 50%로 지원한다.
맥가이버봉사단은 집수리 외에도 홀몸어르신과 장애인들을 위한 밑반찬 나누기, 김장 김치 담그기, 식사 대접 등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로구는 지역 내 나눔과 상생의 가치가 확산되도록 자원봉사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재 맥가이버 봉사단 외에도 9개의 봉사단이 활동 중이다. 신규 봉사자 교육, 자원봉사 캠프 운영 지원, 자원봉사자 명예의 전당 헌액 등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많은 주민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동참하면서 이웃 사랑이 넘치는 더 살기 좋은 구로 발전하고 있다"며 "자원봉사 서비스의 다양화에 발맞춰 전문기술을 갖춘 재능나눔 봉사단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해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