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8조 디지털치료제 시장…'국내 1호' 주인공은?

입력 2022-05-24 15:54수정 2022-05-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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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디지털치료제(DTx, Digital Therapeutics)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다양한 질환에 대한 디지털치료제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1호 타이틀을 누가 거머쥘 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치료제 업계 규모는 올해 27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에서 2025년 69억 달러(약 8조7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치료제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기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일컫는다.

선진국은 이미 확산…국내도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디지털치료제는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기존 치료제보다 독성이나 부작용이 적고 소수의 의사가 물리적·시간적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정신질환이나 만성질환 등 행동과 습관 변화에 관한 분야에 주로 활용되고 있지만, 적용 대상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디지털치료제는 더욱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정신질환 관련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국가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디지털치료제의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불면증·알코올 중독장애·니코틴 중독장애에 대한 디지털 치료기기의 평가 기준을 정했으며, 최근에는 우울증·공황장애를 개선하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성능,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평가 기준, 임상시험 설계 방법 등을 추가로 마련했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반적 지원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19일 디지털헬스위원회를 설치, 디지털치료제 연구·개발(R&D)을 돕고 정부부처의 디지털헬스 관련 정책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디지털치료제의 국내 제도적 기반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치료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환자들이 디지털치료제를 쉽게 접할 여러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지털치료제 개발 기업 관계자는 "실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수가 산정이나 유통방식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상태"라며 "디지털치료제의 유통 방식 구축,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인식교육, 접근성 개선 등 개발 이후 단계의 지원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5종 식약처 임상 진행…하반기 허가 가능성

현재 국내에서는 5종의 디지털치료제가 식약처 허가를 위한 확증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전문 기업 라이프시맨틱스는 호흡재활 분야 처방형 디지털 치료제 '레드필 숨튼'의 확증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호흡기 질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국내 시장은 2023년 532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레드필 숨튼은 개인측정기기를 통해 활동량 및 산소포화도를 측정한 뒤 환자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리포트를 제공해 체계적인 재활을 가능하게 한다. 환자는 신체상태에 맞는 효과적인 재활 운동 계획을, 의료진은 최적화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권희 라이프시맨틱스 DTx실 이사는 "레드필 숨튼은 사용자의 재활운동 상태를 주기적으로 재평가해 환자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동작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기존 의료기기 및 의약품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은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례(De novo case)를 참고하며 엄격한 잣대로 호흡 재활 소프트웨어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레드필 숨튼' 구동화면 (사진제공=라이프시맨틱스)

뉴냅스는 뇌 손상 후 시야장애를 개선하는 '뉴냅비전'으로 2019년 국내 디지털치료제 중 가장 먼저 확증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 시야장애는 뇌졸중 환자의 약 20%에게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아직 입증된 치료법이 없다.

뉴냅비전은 가상현실(VR) 기기를 쓴 환자에게 30분씩 특정한 자극을 보내 환자가 이를 게임하듯 판별해 응답하도록 한다. 이런 반복 훈련으로 환자의 뇌가 트레이닝되고, 뇌의 다른 부분을 통해 시각 정보를 인지하게 돼 장애를 치료하는 원리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서 분사한 국내 디지털치료제 기업 웰트는 지난해 9월 식약처로부터 불면증 디지털치료제 '필로우RX'에 대한 확증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올해 안으로 임상을 마무리짓는 것이 목표다. 필로우RX는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으로 수면 패턴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의사 처방을 받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한다.

에임메드도 불면증 디지털치료제 '솜즈'를 개발 중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려대안암병원과 확증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 품목허가를 받아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16년 54만3184명에서 2020년 65만6391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글로벌 불면증 시장 규모는 2028년 7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피어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솜리스트(Somryst)'가 2020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솜즈' 구동화면 (사진제공=에임메드)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는 하이는 올해 2월 범불안장애 디지털치료제 '엥자이렉스'의 확증 임상을 승인받았다. 불안장애의 일종인 범불안장애는 일상생활에 대해 과도하고 비이성적으로 걱정하는 정신질환이다.

하이는 내년 상반기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5년 3월까지 모든 인허가 절차를 마치고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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